
LG 박종훈 감독. 스포츠동아DB
상무에서 제대한 박윤은 백넘버조차 없는 유니폼으로 고지 마무리 캠프를 뛰고 있었다. 거의 신인 대우를 받지만 2006년 SK에 입단했을 때부터 조명을 받았다. 당시 SK 수석코치였던 박 감독의 외아들이라는 신분 덕분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이듬해 두산 2군 감독으로 떠났고, 박윤은 상무에 입대했다. 그리고 근 3년이 흘러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동지 같은 적군’이 됐다.
박윤은 고지에서 자주 박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훈련 성과를 보고하고 조언을 듣는다. 1군 무대에서 아버지와 만나는 것이 아들의 목표다.
그런데 박윤의 소원이 이뤄진다면 정작 어머니와 누나는 어떻게 태도를 정리할까. 미리 준비가 된 듯 박윤은 바로 답했다. “LG가 이기기를 바라고, 박윤이 홈런 치기를 응원할 것 같다.” 이미 두산 2군 감독과 상무 선수로 갈라선 본 경험을 겪은 식구들이다. 27일 청백전에서 박윤은 김 감독 보는 앞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를 쳐냈다. 박 감독에게 자랑할 일이 추가된 셈이다.
고지(일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