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울리는 ‘복합잔디’
천연잔디보다 바운드볼 가속도+α알제리 골키퍼 예측못해 첫골 허용
한국은 다행히 천연잔디서만 경기
간과할 수 있는 3%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의 영향력은 숫자가 갖는 비율 그 이상이었다.
개막전부터 숱한 불만이 제기됐던 공인구 자블라니에 이어 ‘복합잔디’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3일(한국시간) 알제리와 슬로베니아의 C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폴로콰네 피터모카바 스타디움. 0-0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후반 34분, 슬로베니아 로베르토 코렌이 상대 진영 아크 정면에서 쏜 오른발 슛은 한 번 바운드된 뒤 골키퍼 파우지 샤우시의 팔을 맞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샤우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듯 보였지만, 바운드 된 볼은 가속도가 붙었고 골을 허용한 샤우시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코렌의 결승골은 반발력이 큰 자블라니와 구르는 속도가 천연잔디보다 빠른 복합잔디가 낳은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복합잔디구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1930년 첫 대회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 때까지 월드컵은 100% 천연잔디구장에서만 펼쳐졌다.
하지만 피터 모카바 경기장은 천연 잔디 사이에 인공 섬유를 2cm 간격으로 심어 천연잔디가 97%, 인공 잔디가 3%의 형태로 구성됐다. “코렌이 찬 공은 천연 잔디 구장에서라면 네트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바운드 때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키퍼가 당황했다”는 알제리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의 말처럼 복합잔디구장은 확실히 천연잔디구장과 달랐다.
자블라니가 다른 공에 비해 반발력이 크고 바운드가 빠른 편인데, 여기에 복합잔디란 또 다른 변수까지 더해져 예상 밖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인 눈으로 봤을 때 쉽게 느끼기 어렵지만, 영점 몇 초 사이에 운명이 갈리는 골키퍼 입장에서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합잔디구장은 월드컵에서는 처음이지만 유럽 각국 프로리그에는 이미 도입된 상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홈 에미리츠 스타디움은 대표적인 복합잔디구장이다. 남아공월드컵은 총 9개 도시 10개 경기장에서 열리는데 음봄벨라 경기장도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과 마찬가지로 복합잔디가 깔려있다.
다행인 것은 한국 대표팀은 복합잔디구장에서 뛰지 않는다는 점.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에서는 프랑스-멕시코(18일), 그리스-아르헨티나(23일), 파라과이-뉴질랜드(24일) 경기가,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는 온두라스-칠레(16일), 이탈리아-뉴질랜드(20일), 호주-세르비아(24일), 북한-코트디부아르(25일) 경기가 열린다. 두 경기장은 다행히 16강 이후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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