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감독 박지성, 말 안듣는 이승렬에 주먹…

입력 2010-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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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자선경기 일일 지휘봉

‘캡틴’이 ‘마에스트로(지휘자)’가 됐다.

익숙한 유니폼이 아닌 말쑥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벤치에 선 박지성(29·맨유)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멤버가 주축이 된 올스타팀과 내셔널리그 안산 할렐루야 간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자선경기가 열린 3일 안산 와 스타디움.

스탠드를 가득 메운 2만여 팬들은 박지성이 전광판에 비쳐질 때마다 엄청난 함성을 질러대며 그의 감독 데뷔 무대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초짜 지휘자의 90분은 녹록치 않았다. 전반 10분 박주영이 첫 골을 뽑자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 연출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그리스와 첫 경기에서 쐐기 골을 뽑은 뒤 두 팔을 크게 휘두르던 박지성의 골 세리머니를 박주영이 따라한 것.

팬 서비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 전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박주영은 이번에는 아예 벤치로 질주해왔다. 후배의 패러디 세리머니에 박지성은 박주영을 안아주는 대신, 공중에 붕 뜨며 하이킥을 작렬.

진지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박지성은 이날 유독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박지성의 용병술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기성용을 센터 백으로 내리고, 이정수를 최전방에 배치한 뒤 한술 더 떠 전반에 골키퍼를 본 김영광을 후반에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했다. 대표팀 막내 이승렬은 교체사인을 보낸 사령탑이 야속한 듯 왜 자신을 바꾸냐며 불만을 드러내다 박 감독으로부터 주먹세례를 당할 뻔 했다.

최종 스코어는 3-1 올스타팀의 승리. 데뷔전 승리를 맛본 감독 박지성과 주장 이영표, 선수 박주영….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황을 실제로 연출한 소감은 어땠을까?

“아직 선수라서 그런지 벤치보다는 필드가 편하네요.”

안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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