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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다. 아팠다. 의지할 데도 없었다. 하루가 힘겹게 왔다가 속절없이 저물었다. 사람들은 자꾸 트레이드 얘기를 꺼냈다. ‘내가 가겠다’고 손 들고 온 것도 아닌데, 자꾸만 “너는 언제쯤 던질 수 있냐”고 물었다. 마음까지 다치기 싫어 그냥 외면했다. 집과 구리 구장만 오가는 은둔 생활. 그동안 딱 한 가지만 생각했다. ‘제발 안 아팠으면 좋겠다.’ 그렇다. LG 강철민(31·사진) 얘기다.
처음 팔꿈치를 다친 건 2006년 6월 7일이었다. 날짜까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4년하고도 한 달 넘게 재활이 계속됐으니까. 2007년 중반, 허벅지 내전근이 찢어졌다. 공을 오래 안 던지다 갑자기 하체를 무리하게 써서 그렇다고 했다. 2008년 전지훈련에 합류했는데, 이번엔 어깨가 아팠다. “사실 팔꿈치가 아픈 건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어깨가 아프면 대책이 안 서요. 팔을 들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주사, 약물 치료, 재활, 재검. 그 와중에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친구도 친척도 없는 서울로 가란다. 이름 앞에는 이런 낙인이 찍혔다. ‘LG가 김상현과 박기남 주고 대신 데려온 투수’. 그 다음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김상현은 펄펄 날아 리그 최우수선수가 됐고, 강철민은 재활군에 숨어 있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져만 갔다.
그래도 결국은 안 올 것 같던 시간이 찾아왔다. 7월 18일 대구 삼성전. 무려 1501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4이닝 1안타 1실점에 최고 구속 149km. 경기가 끝나고 가장 먼저 부모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잘했다”고 할 줄 알았는데 “왜 그렇게 세게 던졌냐”는 힐난이 먼저 들렸다. “그러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냐”고, “살살 던지라”고 했다. 부모의 마음은 아들이 직구 하나를 던질 때마다 덜커덕거렸던 것이다. 강철민은 그저 웃었다. “내가 지금 살살 던질 입장이 아니잖아요. 또 투수는 막상 타자와 마주 서면 욕심이 자꾸 생겨요.”
사실 여전히 강철민의 몸은 ‘기상청’이다. 비 오기 전날이면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통증에 물리고 물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또다시 아프면 정말 야구를 그만 할 생각이에요. 팀도 기다리다 지칠 테고, 저도 지쳤거든요. 매일 ‘오늘이 야구 선수로서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절망’이 아니다. “등판할 때마다 후회 없이 던지겠다”는 ‘각오’의 다른 표현이다. 음지에서도 시들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 꽃봉오리가, 이제는 밝은 햇살 아래서 활짝 피어나고 싶다는 ‘희망’이다.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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