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의 유럽 연수기] 박지성 돌파 날카로웠는데…혹평 왜?

입력 2010-10-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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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오른쪽) 전 대표팀 수석코치가 UEFA 챔스리그 출전을 위해 스페인을 찾은 박지성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3 맨유 vs 발렌시아 챔스리그를 보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라 리가 1위 발렌시아(스페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관전했다.

(박)지성이가 티켓을 구해줘 편안히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맨유 선수단은 발렌시아 시내 최고급 리조트에 머물렀는데, 경기 날(현지시간 29일) 아침 지성이와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성이 말이 맨유에 부상자가 조금 많다고 해도 늘 22명 정도 1군 선수단이 버티고 있어 빡빡한 일정 소화에는 큰 문제가 없단다. 왜 맨유가 빅 클럽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맨유가 적지에서 1-0으로 이겼지만 내용은 심드렁했다.

지성이가 왼쪽 날개로 모처럼 풀타임 출격하고도 영국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지만 선수들 전체가 몸이 무거웠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가. 수비수 에브라와 호흡이 비교적 잘 이뤄졌고, 후반에는 간간이 상대 수비 두세 명을 달고 돌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지성이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발렌시아, 긱스 등 미드필드 자원들이 빠진 건 정말 호재다. 단, 부상을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얼굴이 조금 피곤해 보였는데 좋은 선수니까 스스로 잘할 것으로 믿는다.

요즘 대학 졸업반 아들(정주석·26)이 스페인에 건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간 TV로만 접하던 챔스리그와 라 리가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아주 즐거워한다. 대표팀 코치로 일하느라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모처럼 ‘부정(父情)’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 흐뭇하다.

스페인에서 정말 좋은 점은 FC바르셀로나, 에스파뇰, 발렌시아 등 유명 클럽들의 전술적인 부분을 심도 깊게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할 때는 주로 렌트카를 이용하는데, 그간 못 가본 도시를 구석구석 방문하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

스페인에서의 한가위도 나쁘지 않았다. 머물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구엘 민박이라는 한인민박집에서 한국 여행객들 20여 명과 아침 식사를 했는데, 마치 한국에서 오래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고 할까?

여행객들 중 일부는 축구를 보기 위해 찾아온 케이스다. 간혹 여자 유학생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일행도 없이 혼자 축구를 보러 오는 열정이 부러웠다. 가끔씩 기회가 될 때 이들에게 2010남아공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씩 들려주면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 나를 TV에서 봤다며 인사를 건넬 때면 ‘아, 내가 공인이구나. 잘 해야겠다’라고 새삼 생각한다.

<발렌시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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