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기자의 여기는 취리히] 준비도, 정성도 부족…확실한 카드 없었다

입력 2010-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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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월드컵 유치 왜 실패했나?

경쟁국 보다 눈길 끄는 개최 명분 부재 …외국 언론들 “PT내용·영상 기대이하”
2022월드컵 유치 왜 실패했나?

20년 만에 월드컵 유치를 노렸던 한국이 2022년 월드컵 개최에 실패했다.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 지난 2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날아갔다. 실패의 원인을 살펴본다.


○경쟁국보다 떨어진 개최 명분

한국은 이번 대회 유치를 선언하며 월드컵 유치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젠테이션(PT) 내용은 대부분 남북의 분단 상황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감한 사안인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PT에 포함시키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서아시아의 화합, 종교 갈등 타파,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 등을 내세운 카타르의 평화를 위한 월드컵 개최가 더 설득력을 얻었고, 감동을 줬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

첫 월드컵 개최를 노리는 카타르와 호주와의 대결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월드컵 개최 명분을 세웠어야 했다. PT에서 집행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유치위는 이런 카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너무 높은 정몽준 부회장 의존도

국내 축구계는 정몽준 FIFA 부회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한 사람의 어깨에 너무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잠시 월드컵 유치에서 한발 물러선 적이 있었다. 당시 유치위가 집행위원들을 접촉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을 대신해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목소리를 낼만한 인물이 없다. 그나마 FIFA와 AFC에 다양한 인맥을 쌓았던 협회 고위 임원들은 정 부회장이 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했다.

축구계 인사는 “한국축구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삼현 전 사무총장 같은 인물을 꾸준하게 육성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유치위의 소홀한 준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PT만 봐도 한눈에 준비 부족이 드러난다. 다른 국가들은 PT 영상에 정성을 들였고, FIFA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AP 등 외국 언론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내용이나 영상 등이 모두 기대 이하였다.

유치위는 국민들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국내 홍보를 등한시 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FIFA 집행위원회 투표를 일주일여 앞두고 국내 언론들의 보도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전까지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많지 않았고, 개최의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도 드물었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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