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조동찬이 강민호에게 묻다

입력 2010-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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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강민호가 삼성 조동찬의 질문에 답하며 “베이징올림픽 때 퇴장을 당하면서 ‘화가 나면 내가 숨을 제대로 못 쉬는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고백했다. 여성팬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그는 “사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의문이다”고 솔직히 답했다. [스포츠동아DB]

수비만 좋은 줄 알았는데 타격이 일취월장…그 비법 좀 공유하는 건 어때?

강민호 “신인때 먹은 미국물이 티나나요? 하하”
Q1.나한텐 살살하고 팀약점 찔러주면 안되겠니?
A1.형이야말로 3루쪽 공 못본척 해주시면 생큐!

Q2.‘대갈장군’ 민호! 머리를 많이 써서 큰 거니?
A2.형 헬멧 써보고 내건줄…사이즈 만만찮아요


◎ 애피타이저

태극마크가 맺어준 인연이다. 삼성 조동찬(27)과 롯데 강민호(25)는 소속팀도 다르고, 지연이나 학연도 없다. 그러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함께 성인대표팀에 뽑힌 것을 계기로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둘 모두 병역미필자였던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쳐 함께 아쉬움을 삼켰지만 후배인 강민호는 2년 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먼저 기쁨을 누렸다. 선배인 조동찬은 4년 만에 어렵게 대표팀에 다시 발탁돼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강민호와 함께 금메달을 따내며 뒤늦게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상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우정이 담겨 있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현재 괌에서 재활훈련 중인 강민호는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고교 시절 청소년대표로 함께 활약한 동갑내기 삼성 박석민을 지목했다.


○조동찬이 강민호에게

민호야,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넌 인간성 좋고, 악의 없는 좋은 동생이야. 4년 전 도하아시안게임 때지? 우리가 비로소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친해진 때가. 사실 민호 너는 쉬운 포수 같은데, 막상 게임에서 맞붙으면 굉장히 어렵더라. 나한테는 살살하고, 가끔 너희 팀 약점도 좀 찔러주라. ㅋㅋㅋ. 4년 전에 너의 고향집이 있는 제주도로 놀러오라고 했지? 시즌이 끝나도 막상 시간이 나질 않는구나. 하지만 언젠가 꼭 그 약속 지킬게. 제주도에서 술 한잔 하면서 우정을 나누자.


○강민호가 조동찬에게


릴레이 인터뷰 보면서 형이 날 찍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고마워요, 하하. 근데 형, 시즌 때 매번 밥 사준다 하면서도 안 사주고 대표팀 때 사준다고 미루시더니, 막상 대표팀 가니까 몸 관리 한다고 저녁에도 외출 안 해서 결국 밥 안 사주셨잖아요. 내년에 저 대구 게임하러 가면 거하게, 진짜 거하게 한번 쏘세요. 그동안 형이 부상이 겹쳐 고생하시는 것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올해 잘 풀리고 무엇보다 군 문제 해결하신 것 축하드려요. 저도 혜택 받은 선수지만 우리에겐 정말 큰 일이잖아요. 형, 이제 군대도 빠졌으니 제가 3루쪽으로 치는 타구는 안 잡아주실 거죠?-포철공고 때는 수비만 좋은 선수로 알려졌는데 프로 와서 타격도 무척 향상된 것 같다. 도하 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엄청 늘었다. 어떤 계기가 있었니? 같이 좀 알자.

“이제야 솔직히 고백하는 건데요. 저 신인 때 2군 경기에서 안타 하나 치면 거의 축제 분위기였어요. 그 정도로 못 쳤단 말이죠, 지금도 뭐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글쎄, 어떤 계기일까. 아, 맞아요. 신인 때 시즌 끝나고 미국 교육리그 갔었거든요. 거기서 게임 많이 하면서 나무 방망이에 더 익숙해지고, 타석에 섰을 때 자신감이나 감각 같은 걸 더 갖게 된 것 같아요.”


-작년에 팔꿈치 수술 했는데 베이징올림픽 때 글러브를 세게 내던져서 그런 거 아니야? 평소 온순한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무지 화가 났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금 과장을 섞는다면, 그렇게 던지고 나서 팔에 찌릿찌릿 하고 전기가 왔어요. 진짜로요. 주변에서도 온순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 때 정말 얼마나 화가 나고 분통이 터졌는지. 내가 열 받으면 숨을 제대로 못 쉬는구나 하는 걸 그 때 처음 알게 됐어요.”


-민호야, 솔직히 넌 머리가 크잖아. 어렸을 때부터 그리 컸니? 도하 때보다 더 커진 것 같더라. 포수라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 거니?

“(웃음부터 터뜨리며) 하하. 어렸을 때부터 컸냐고요? 그건 잘 모르겠고, 고등학교 때부터 머리 크기에 대한 모든 별명은 다 들어봤죠. 대갈장군, 안전모, 헬멧…. 지금도 스스로에게 싫은 게 하나 있어요. 머리는 큰데 그 안에 있는 게 별로 좋지 않은가 봐요, 하하. 용량을 소화 못하는 게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더 똑똑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참, 형, 그거 알아요? 이번 대표팀에서 형 모자 써봤더니, 나한테 딱 맞더라고요. 나도 깜짝 놀랐어요. 사이즈 똑 같던데? 형, 나만 머리 크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하하.”


-민호 너 여성 팬들한테 인기 좋더라. 야구 안했어도 그리 인기가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비결이 뭐니?

“제 얼굴이 야구 안 했으면 어디서 먹혔겠어요. 야구 했으니 이 정도 인기가 있는 거죠. (기자가 ‘인기 있다는 말에 부정도 한번 안 한다’고 하자) 솔직해야죠. 여기서 뭐, ‘저 인기 없어요’ 하면 가식이잖아요. 인기 비결? 글쎄 전 매번 하던 대로 하는 건데…. 우리 팀 동료들도 다 그래요. ‘팬들이 도대체 왜 강민호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저도 의문이에요, 사실.”


-로이스터 감독님과 입을 크게 벌린 채 마주보는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 새 감독님과는 어떤 세리머니를 할 거니? 로이스터 감독님 때랑 똑같은 포즈를 먼저 취하면 양승호 감독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지금은 제대로 게임을 하거나 한 게 아니니까 양 감독님 분위기는 아직 잘 모르는데…. 우선 분위기 파악해야죠. 그런데 외국 감독님하고 달리, 이젠 예의범절을 중요시해야 하잖아요. 어떤 세리머니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아직 없어요. 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 모르지만 한다고 해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4년 전에 도하에서 널 처음 봤을 때는 풋내기 같았는데 작년부터는 멋있게 보이더라. 또 팬들이 ‘부산 갈매기’를 부를 때면 감동스럽기도 하다. 너는 어때? 그래서 멋진 플레이도 더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형도 알다시피 우리도 때론 몸이 힘들고 영 컨디션이 안 좋을 땐 게임 뛰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왠지 그런 날. 롯데 자이언츠의 강점은 뭐냐면요, 그렇게 뛰기 싫은 날도 몸 풀러 그라운드에 나가 환호하는 팬들 보면 ‘오늘도 한번 해보자’는 투지가 생긴다는 거예요. 뛰기 싫고 어려울 때도 힘을 주는 팬들, 이게 롯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 뒤에는 FA가 될 텐데, 함께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많다. 너는 어때?

“형이 지난 번에도 그랬잖아요, ‘혹시 FA 되면 삼성 오라’고. 하지만 현재 내 소속팀이 롯데고, 롯데가 저를 이만큼 키워준 구단이니까 우선 이 팀에서 잘 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형하고도 같이 뛰어보고 싶지만…. 아, 맞아. 형이 롯데로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형이 롯데로 오세요. 제가 쌍수 들고 환영할게요.”롯데 강민호는?


▲생년월일=1985년 8월 18일 ▲학교=제주 신광초∼포철중∼포철공고∼(국제디지털대) ▲키·몸무게=185cm·98kg(우투우타) ▲프로 데뷔=2004년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 지명으로 롯데 입단 ▲2010년 연봉=1억3500만원 ▲2010년 성적=117경기 410타수 125안타(타율 0.305) 23홈런 72타점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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