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성남 1년 예산 140억 vs 에투 연봉 177억

입력 2010-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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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vs 인터 밀란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
성남 일화와 인터 밀란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다.

인터 밀란은 지난 시즌 자국 리그 세리에A에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이탈리아(FA컵)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사무엘 에투(카메룬), 디에고 밀리토(아르헨티나), 스네이더(네덜란드), 마이콘(브라질) 등 공수에 걸쳐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자금 규모만 따져 봐도 비교가 안 된다.단적으로 에투의 연봉이 177억원으로 성남의 1년 예산(약 140억원)보다 많다.

예전 같으면 이런 팀과 경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꼬리를 내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성남은 아시아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며 이번 대결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죽기 살기

이번 준결승에 대한 전문가들과 외신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알 와다 전을 마치고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는 신 감독을 붙들고는 “오늘 성남과 알 와다의 경기를 보고 과연 인터 밀란이 긴장을 하겠느냐”고 약간 비웃는 듯한 어투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결과는 뻔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부다비에 머물고 있는 신 감독과 성남 선수들 사이에서 흐르고 있는 공통 기류가 하나 있다. 바로 ‘죽기 살기’라는 키워드다.

신 감독은 “한국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속담이 있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 우리가 최정상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줄 거라 믿고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라돈치치는 “우리는 아시아챔피언이다. 인터 밀란에 좋은 수비수들이 많지만 자신 있게 맞붙겠다. 축구공은 둥글다.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다. 이 기회를 잡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성국은 “K리그 올스타 때 바르셀로나와 뛰었던 게 큰 영광이었다. 볼을 정말 잘 차는 세계적인 선수 스네이더와 이번에 한 번 겨뤄보고 싶다”고 밝혔다.

홍철은 “마이콘과 에투가 나오면 난 정말 정신없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긴장은 별로 안 된다. 내가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실험해보고 싶다”고 여유를 보였다.

○인터 밀란도 우승 절실

인터 밀란은 이번 대회 우승이 절실하다.

올 시즌 들어 팀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트레블의 주역 조제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이후 리버풀 출신의 명장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영입했지만 올 시즌 현재 리그 6위에 머무는 등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감독 교체를 언급할 정도다.

만일 성남에 패한다면 곧바로 경질 수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반대로 우승을 차지하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성남과 알 와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 본 베니테스는 “우리는 구단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 밀란은 12일과 13일 두 차례 훈련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차분하게 결전을 대비하고 있다.아부다비(UAE)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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