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숙 “올림픽 金, 징검다리 놓고싶어”

입력 2010-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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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 스틱은 바깥쪽을 향하다가 다시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그녀의 인생도 그랬다. 은퇴 후 평범한 직장인의 삶. 하지만 하키에 대한 열정은 그녀를 18년 만에 다시 하키계로 이끌었다. KT의 부름을 받은 임계숙 신임 감독은 “실업 하키에서 올림픽 금메달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며 한국이 낳은 최고의 하키스타다운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세계 여자하키 전설’ 임계숙, KT 감독으로 18년만에 컴백

현역시절 A매치 103경기 127골 신화
88서울올림픽 은·베이징AG 금 주역
92년부터 최근까지 KT천안지사 근무
“한국 하키 부활”…인생 3막 힘찬 휘슬
한국이 낳은‘세계여자하키의 전설’이 18년 만에 하키계로 전격 복귀한다.

KT스포츠단 관계자는 21일, “당사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천안지사에서 근무하던 임계숙 씨를 20일자로 KT여자하키팀의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국실업하키 역사상 여성감독이 탄생한 것은 최초다. KT여자하키팀은 한국통신시절인 1984년 창단한 이후 줄곧 강호로 군림해 왔다. 1980∼1990년대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임 감독 역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KT(구 한국통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임 감독의 현역시절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103경기에 출전해 무려 127골을 넣으며, 한 경기당 평균 1.23골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남아있지는 않지만, 하키관계자들은 “전 세계 하키역사상 A매치 최다골”이라고 자신한다. 한국여자하키는 임 감독을 앞세워 전성기를 열었다. 1988서울올림픽은메달과 1990베이징아시안게임금메달 등이 그 성과물이다. 당시 임 감독은 외신사이에서도 ‘초특급 땅벌, 환상의 스틱’으로 불리며 극찬을 받았다.

임 감독의 신장은 160cm. 선수시절 100m기록은 14초F로 대표팀 내에서도 빠른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각적인 드리블과 탁월한 위치선정은 전설처럼 남아있다. 상대수비 2∼3명을 자신 쪽으로 몰아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하키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다시 나온다면, 올림픽금메달 도전도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임 감독은 1992년 은퇴이후 스틱을 내려놓고, KT 천안지사에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하키계로 복귀하기 전까지도 KT 천안지사 성환지점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다. 18년 동안은 생활체육으로 하키를 즐겼을 뿐, 현장과는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임 감독의 현역시절 명성을 높게 평가한 KT는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 임 감독에게 전격적으로 감독직을 제의했다. KT관계자는 “천안지사에서 부서내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한국하키가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보다 더 침체된 것 같아 어깨가 무겁다. 필드를 오래 떠나있어 솔직히 부담도 된다. 하지만 겁 없이 덤벼보자는 생각으로 감독제의를 받아들였다. 스피드와 체력에 중점을 두겠다. 최초의 여성감독인 만큼, 올림픽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恨)을 후배들이 풀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KT여자하키팀을 지도해온 김계수 감독은 아제르바이잔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해외에 진출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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