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응원팀 우승 꿈꾸는 그대들에게도 봄이 왔네

입력 2011-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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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해의 어느 리조트에 다녀왔다. 해돋이로 유명한 그 곳에는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는데, 각양 각색 소원의 모양만큼이나 다채로운 동전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종당에 저 동전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까’ 세속적인 고민을 하며 지나가려는 찰나, 내 등 뒤의 남자 한 분이 엄숙한 목소리로 외치며 동전을 던졌다 “롯데 자이언츠 우승!”

이럴 수가, 여기까지 와서 야구팬 동지를 만나다니. 달려가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그 분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음성을 소거하고 보았다면 아마‘고시 합격’내지는‘로또 당첨 기원’으로 오해할 지경. 왜 아니랴. 1999년에 우승을 맛본 나도 우리가 우승을 했었는지 말았는지 가물가물한 지경인데,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 아니던가!

우승을 향한 팬들의 염원은 비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 관계자들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리라. 떡 한 조각, 양말 한 짝 내게 보탬 되는 게 없음에도, 일신상의 어떤 영화보다도 더 간절히 바라니 말이다.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환희였으며, 때때로 떠올려 빙긋이 웃을 수 있는 고마운 추억이자, 그 어떤 소원보다도 절실한 꿈이니…. 행여 그 간절한 마음으로 각종 미신과 주술에 기대 본다 한들, 그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아마도 찬바람이 다시 찾아오는 가을에, 8개 구단 중 한 팀은 우승의 영광을 만끽하며 활짝 웃을 것이다. 나머지 7개 팀의 팬들은 TV앞에 앉아 발톱을 깎으며 “쳇, 좋겠다” 하고 쓸쓸히 중얼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누가 우승 못한 팀의 선수와 팬들을 일컬어 패자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겨우 내내 그들은 우승을 향해 쉬지 않고 땀을 흘렸으며, 이 봄, 우리는 이토록 절절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행여 그들의 땀방울이, 우리의 기다림이 우승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야구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는 것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던지고 잡고 치고 뛰고 구르는 동안, 팬들 역시 한마음으로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부디 아프지만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기원해 본다.

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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