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짠돌이 한화…한화를 보면 한숨이 나고 화가 난다

입력 2011-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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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초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예상한 일이지만 정도가 심하다. 2009년과 2010년에도‘독보적인 꼴찌’였지만 2011시즌에는 승률마저 프로팀이라 하기에 부끄럽다.

4월 한달 동안 승률 3할에 겨우 턱걸이 했다. 승률, 타율, 방어율, 득점, 실점 등 주요기록에서 모두 최하위다. 이대로 가면 3년 연속 최하위이기에 리빌딩이라는 말도 명분이 없다. 리그흥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팀부진의 근본 원인은 프런트에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한화그룹이라는 모기업 때문이다. 프로야구를 그룹의 ‘장난감’정도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선 선수를 육성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2군 전용훈련장도 없는 팀이 한화다. SK가 국내 최고 수준의 2군 훈련장을 물색하고, KIA와 삼성이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동안 한화는 손을 놓고 있었다.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이범호, 김태균, 김태완, 송광민 등 주축선수들이 은퇴와 이적 그리고 군입대를 할 동안 새로운 선수의 보강은 거의 없었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어떻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리빌딩을 하고 싶어도 리빌딩을 할‘선수’가 없는 것이 현재 한화의 모습이다.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한화만큼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없었다. 넥센히어로즈처럼 모기업이 없어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야 하는 구단도 아닌데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선수를 팔고서도 승률 4할대는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참신한 마케팅과 운영으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로 선수를 팔았지만 2010년 국내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흑자’를 기록한 것이 넥센 히어로즈다.

한화팬들이 절망하는 것은 오늘 당장 꼴찌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다른 구단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의 경우에는 FA 몇 명 영입한다고 갑자기 성적이 반등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2군 육성부터 시작해서 전용훈련장, 프로팀에 걸맞는 경기장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 투자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2014년 이후 엔씨소프트가 3만석의 새로운 경기장과 함께 리그에 뛰어들고,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동돔을 홈구장으로 삼고, 삼성과 KIA가 첨단구장에서 팬들의 환호성속에서 야구할 시절이 오면 한화만‘외로운 섬’으로 남게 된다.

‘그 날’이 오면 한화는 무슨 말로 팬들을 위로할 것이며, 어떻게 피해 갈 것인가. 최하위라는 올시즌 성적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한화가 안고 있는 숙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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