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어깨동무-육두문자, 단체응원의 양면성

입력 2011-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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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두산이 압도적으로 리드하는 가운데 다소 맥 빠진 분위기였다. 8대 0이라는 스코어, 심지어 한화는 8회 투아웃까지 단 1안타를 기록하고 있었으니 애써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그 즈음 한화의 응원석에서 터져 나온 것은 야유나 탄식이 아니었다. 응원 도구와 음악을 모두 내려놓은 채 입을 모아 ‘최강 한화’를 외치는 한화만의 독특한 ‘육성 응원’은 8회가 끝나도록 계속되었는데, 그 처절하고 간절한 기운 덕분인지 한화는 2안타 1볼넷으로 천신만고 끝에 1점을 내며 영봉패를 면했다. 그야말로 팬들이 한마음으로 빼낸 1타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단체 응원은 야구장의 꽃이자 명물로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옆구리에 소주병을 꿰차고 앉아 변두리 해설을 자처하는 아저씨들 틈에서 야구 관람을 시작한 나로서는 가끔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저렇게 한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를 수 있으며, 어떻게 저 어려운 율동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을까. 그들을 하나로 묶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그 거대한 원동력은 ‘동지 의식’이리라. 같은 팀을 응원하며 오로지 승리를 바라는 그 간절한 마음이 천양 각색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아닌지. 그 힘 하나로 숱한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율동을 하며 목이 터져라 육성 응원을 하기도 하고, 멀쩡한 사람들이 쓰레기 봉지를 머리에 쓰고 신나게 신문지를 찢어 흔들어 대는 것이리라. 비록 야구장 문밖을 나가는 순간 다시는 만날 일이 없는 남일지라도, 이 순간 야구장 안에서만큼은 모두 형제이자 동지이며 아군이니 말이다.

하지만 단체의 힘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너와 내가 함께 있다는 결속력과 자부심이 지나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상대팀이 공격을 하고 있는데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응원하거나, 운동장에 처치 곤란한 꽃가루를 뿌리는 등의 응원은 야구장의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상대팀을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저자 거리 용어가 등장하는 몇몇 응원가는 듣기에도 민망할 때가 있다.

어느덧 야구 경기의 일부가 되어 버린 단체 응원. 그렇다면 동업자 정신은 선수들에게만 필요한 단어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팀을 위해 아낌없이 박수치고 격려해 주는 너른 마음을, 함께 운동장에서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베풀어 봄이 어떨까. 야구장에 있는 이 순간에는 모두가 야구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동지이니 말이다.

구율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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