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 스포츠동아DB
□8 구종-커브·슬라이더
중지·엄지로 실밥 깊이 걸면 큰곡선 커브
윤성환 미리 손목 비틀어 던져 제구 안정
슬라이더는 실밥 걸되 손목 비틀지 말아야
커터, 팔 길게뻗어 던져야 타자 앞에서 변화
이번엔 세 구종 중 가장 다변화 되어 있는 구종인 커브와 슬라이더에 대한 그립과 위치, 그리고 던지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여러가지 그립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은 이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무릇 모든 일이 그렇듯 개인의 특성에 따라 자신에 맞는 그립이 다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손의 위치를 스스로 찾아 보라는 의미다. 중지·엄지로 실밥 깊이 걸면 큰곡선 커브
윤성환 미리 손목 비틀어 던져 제구 안정
슬라이더는 실밥 걸되 손목 비틀지 말아야
커터, 팔 길게뻗어 던져야 타자 앞에서 변화
○변화구의 왕도, 큰 폭으로 꺾이는 커브
변화구의 기본은 커브다. 커브는 던지기 직전 손목을 강하게 비틀면서 생기는 사이드 스핀에 의해 볼이 큰 폭으로 꺾인다. 던지는 방법이 불규칙하고 어렵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감각을 길러야 한다.
<사진 1> : 그림에서 볼 수 있듯 포심패스트볼(직구) 그립에서 조금만 옆으로 옮겨서 쥔다. 던지기 직전 손목을 비틀면 커브가 된다. 정말로 감각이 뛰어난 투수는 손목의 비틀기를 조절하면서 투구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꺾이는 각도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2> : 중지를 실밥 안쪽에 걸고 엄지도 실밥에 확실히 걸친다. 중지와 엄지가 거의 대칭의 위치에 놓이도록 한다. 실밥에 걸친 손가락을 밀어내듯이(공이 빠져나가는 순간 중지는 밑으로 당겨 주고 엄지는 위쪽으로 밀어낸다) 하여 회전을 걸면 크게 변화하는 커브가 된다.
<사진 3> : 중지와 엄지를 실밥에 확실하게 걸고 이 두 개의 손가락으로 볼을 쥔다. 이 그립은 공을 던지는 순간 다른 그립에서처럼 특별히 손목을 많이 비틀 필요가 없다. 스피드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큰 곡선을 그리는 커브가 된다.
<사진 4> : 중지만을 실밥에 걸치고 얕게 쥔다(손에 깊숙하게 공을 잡지 않는다). 이대로 직구와 같은 팔스윙을 하면 각도가 짧게 변하는 컷패스트볼이 되지만 던지기 직전부터 손목을 비틀면서 공에 회전을 주면 슬라이더처럼 옆으로 빠지는 커브가 된다.
<사진 5> : 중지와 엄지를 확실하게 실밥에 걸고 공을 깊게 쥔다. 검지는 볼에서 떨어뜨려 둔다. 실밥에 걸친 두 개의 손가락으로 확실하게 볼을 잡고 손가락으로 밀어내듯이 던진다. 빠른 직구를 던지는 선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공이 될 수 있다.
이 그립에서 떨어진 검지를 너클볼을 던지듯 손가락을 공에 찍는 느낌의 손 위치를 만들면 너클 커브, 즉 스파이크 커브의 그립 모양이 되는 것이다. LG 봉중근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립을 설명하면서 대부분 커브를 던지는 방법은 던지는 순간부터 손목을 비튼다고 얘기했다. 사실은 그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삼성 윤성환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가장 완벽한 각도와 스피드의 커브를 던지는 윤성환은 던지는 순간 손목을 강하게 비트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비틀어진 손목의 형태를 미리 만들어 공에 회전을 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손목의 비틀어진 각도가 유지돼 낙차 큰 커브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제구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 삼성 선수인 김상엽의 파워 커브가 유명하고, 삼성 정현욱과 윤성환, 한화 류현진이 위력적인 커브를 던진다.
○타자 근처에서 옆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우투우타 시)
가능한 한 타자 가까이에서 휘게 하는 구종이다. 커브와는 달리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꺾이기 때문에 타자는 뜻하지 않게 배트를 휘두르게 된다. 커브처럼 손목을 비틀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던지기가 용이하다.
<사진 6> : 손가락 세 개를 모두 실밥에 건다. 중지와 검지는 약간 떨어뜨려서 쥔다. 던질 때 손목을 비틀지는 않아야 하며 손가락 세 개를 모두 회전시키듯 던지게 되면 타자 근처에서 횡으로 미끄러지듯 변하는 볼이 된다.
<사진 7> : 그립은 거의 커브와 유사하다. 중지와 엄지를 실밥에 확실히 걸친다. 검지도 회전의 안정감을 주는 데 중요하다. 이 그립에서 던질 때는 팔을 확실히 휘둘러 가급적 타자 가까이 릴리스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이 손에서 빠져 나갈 때 최후의 순간까지 손가락에 실밥이 걸리는 느낌으로 던지면 측면 변화가 제대로 걸릴 것이다. 힘을 주는 순간 사이드 쪽에 힘이 전달 되면 측면으로 멋진 스핀이 먹을 것이고, 공의 윗쪽 부분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밑으로 떨어지는 회전을 갖는 구종이 될 것이다.
<사진 8> : 검지와 중지를 안정된 상태로 실밥에 건다. 중요한 것은 엄지를 실밥 안쪽에 걸고 던질 때는 엄지를 실밥을 밀어내듯이 던지게 된다. 이렇게 회전을 주면 옆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를 보일 것이다. 과거 LG 마무리 투수 김용수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의 슬라이더는 완벽에 가까웠고 현재는 KIA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가장 위력이 있다.
○직구처럼 보여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컷패스트볼(커터)
기본적으로는 직구지만 볼 그립에 의해 타자 근처에서 예리하게 변화하는 구종이다. 타자에게는 직구처럼 보이지만 투수가 던지는 순간 회전이 잘못돼 공에 힘이 생긴다고 착각하기 쉬운 공이다. 투수의 투구법에 따라 옆으로 미끄러지는 것과 떨어지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가장 완벽한 커터를 구사하고 있고, 최근 우리 투수들도 점점 커터를 많이 던지는 추세다.
<사진 9> : 중지만 실밥에 걸치고 공을 깊숙하게 그리고 강하게 쥔다. 던지는 방법은 포심패스트볼과 같고 팔스윙을 강하고 길게 뻗어 주어야 타자 근처에서 변화할 것이다. 팔을 확실하게 휘두르지 않으면 공은 변화하지 않고 스피드만 조금 줄어들어 치기에 딱 좋은 공이 되고 만다.
<사진 10> : 약간 변형된 그립일 수도 있지만 시도해볼 필요는 있다. 중지와 검지를 약간 떨어지게 놓고 둘 다 실밥에 걸친다. 엄지도 실밥에 걸친다(가장 중요한 손가락의 위치다). 직구와 마찬가지로 팔을 확실하게 휘둘러야 한다.
<사진 11> :그립은 커브와 비슷하다. 그러나 커브를 던져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으면 이 그립으로 직구와 같은 느낌으로 던져 보면 된다. 작지만 공에 힘이 실리는 게 눈에 보일 것이다. 변화가 작기 때문에 우타자 바깥쪽으로만 던지는 것이 좋다.
<사진 12> : 그립은 일반 직구와 거의 같다. 검지와 중지는 우측으로 약간 치우치게 잡으면 좋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는 듯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
중지와 검지 양쪽 다 실밥을 확실히 걸친다. 극단적 표현으로는 손가락 두께로 공을 강하게 쥐고 직구와 같이 강하게 투구하는 것이다.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예리한 각도의 공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학 석사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