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1년 차에 햇빛 쨍 넥센 조중근이 사는 법

입력 2011-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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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근. 스포츠동아DB

2001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SK유니폼을 입었으니 벌써 프로 11년차다. 조중근(29·넥센·사진)의 야구인생은 팬들의 함성,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포지션은 1루수. 하지만 SK시절에는 이호준(SK), 2007년 현대로 트레이드된 이후로는 이숭용(넥센)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주로 2군에서 뛰는 경기가 많았다.

“스무 살, 스물한 살 때는 정말 의욕이 넘치지요. 저 말고도 2군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래요. 하지만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마음이 조급해져요. 과연 내게 기약이 있나 싶고….”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1군은 기다려주지 않는 곳이다. 결국 2군에서 아무리 불방망이를 돌려도 호출의 기미조차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안 되면, 그냥 다른 일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변의 말들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 결심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하잖아요. 이것 아니면 또 뭘 하겠어요. 그만큼 간절한 것이죠. ‘1군의 환상’ 때문에 멈출 수가 없어요.”

조중근은 최근 프로입단 이후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군 엔트리 등록이후 12경기에 출전해 3할대 타율에 홈런도 2개나 쳤다. 특히 29일 목동 LG전에서는 LG의 에이스 박현준에게 선제2점 홈런을 뽑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날 경기장에 부모님이 오셨어요. 매번 경기도 못 뛰니까 부모님께 오시지 말라고 했었는데….” 야구장에서 웃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것은 얼마 만이었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 이제야 그에게 ‘1군의 환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10년 간 적던 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더 방망이를 움켜쥔다.

사직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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