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먹으면 혹시? 나 어떡해

입력 2011-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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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조작 진원지’ GK들의 애환
“우린 골문으로 향하는 모든 슛을 막아야 한다.”

K리그의 한 베테랑 골키퍼의 절박한 고백이다.

최근 K리그 승부조작과 관련해 현역 골키퍼 2명이 구속됐다. 광주와 대전 소속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선수들이 검찰에 끌려들어갈지는 예상할 수 없다. 수사에 따라 더 나올 수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눈길이 가는 것은 포지션의 특성이다. 골키퍼는 오해받기 딱 좋다. 실점이 곧 경기 결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나오면 유독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불안감은 그 어떠한 포지션과 비교하기 어렵다.

5월31일 파주NFC에서 만난 골키퍼 코치와 수문장들은 이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승부조작으로 뒤숭숭한 요즘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며 “(골키퍼들이) 한 경기, 한 경기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역들의 고충은 더 하다.

주전 수문장 정성룡(수원)은 “골키퍼 입장에서는 더욱 실점을 줄여야 한다. 예전보다 훨씬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파주를 찾은 김영광(울산)도 “사실 골키퍼 포지션이 피해가 좀 더 큰 것 같다. 그저 잘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본다”고 했다.

대전의 백전노장 골키퍼 최은성의 짠한 눈물도 화제였다. 대전은 최근까지 소속 멤버들이 줄지어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지난 주말 K리그 전북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오늘 우린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해 뛰었다”고 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인터뷰 룸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파주 |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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