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주자 1·3루, 타구가 심판에 맞으면?

입력 2011-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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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타 인정…기존 1루 주자만 2루 진루


⑦ 심판이 타구에 맞으면?

심판으로 경기를 진행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일어나는 해프닝이 많다. 구심이 홈플레이트를 털고 있을 때 투수가 공을 바꿔 달라고 포수에게 던진 볼이 허리를 펴 일어나던 구심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얼마 전 오석환 심판처럼 투수에게 던진 공이 수비 위치로 뛰어가던 선수(두산 임재철)를 때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심판들은 구심을 볼 때 파울 타구에 많이 맞아 고통스럽기 일쑤인데, 이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온 몸에 멍이 들고, 삭신이 쑤셔 밤잠을 못 잘 때도 많다. 그나마 예전엔 심판이 볼을 맞아 쓰러져있으면 야유하는 팬들이 종종 계셨는데, 요즘은 대부분 팬들이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일어나면 박수까지 쳐 주셔서 고마울 뿐이다.


Q. 대전 LG-한화전이다. LG가 0-1로 뒤진 9회초 공격. 2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엔 박용택이 서 있고, 마운드에는 완봉승에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둔 류현진이 버티고 있다. 1루 주자는 ‘작은’ 이병규, 3루 주자는 이대형이다. 박용택은 류현진이 볼을 던지기 전, 마치 무슨 감이 찾아 온 듯 내야 안쪽 2루와 1루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던 2루심 추평호 심판에게 3루쪽으로 위치를 바꿔 줄 것을 요청했다. 강하게 잡아당겨 우익수 쪽으로 안타를 때리겠다는 욕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말이나 하지 말지, 하필이면 류현진의 초구를 냅다 받아친 박용택의 타구는 유격수 앞쪽에 위치한 추평호 심판의 정면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얼마나 타구가 빨랐는지, 추평호 심판이 몸을 피할 여유도 없이 타구는 그의 허벅지를 강타하고 굴절되어 좌익수쪽으로 흘러갔다. 주자들은 뛰기 시작해 3루주자 이대형은 어느새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작은’ 이병규는 3루까지, 타자주자는 그 사이 2루까지 진루했다. 이때 한화 한대화 감독이 득달같이 뛰어나와 득점이 무효라고 어필했다. 심판은 어필을 받아들여야 할까.


A. 야구규칙 5.09 (f)는 ‘내야수(투수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볼이 페어 지역에서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내야수(투수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박용택의 타구는 안타가 되고, 기존에 1루에 있던 ‘작은’ 이병규는 2루로 가는 게 맞지만, 3루 주자 이대형의 홈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대형은 다시 3루로 돌아와 만루 상태에서 게임이 속개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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