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감독님 사인볼 좀…“ 이 말이 안나오네

입력 2012-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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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애리조나 캠프 이색 고민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올시즌을 위해 땀을 쏟고 있는 KIA 선수들 대부분은 마음속에 큰 숙제를 갖고 있다. 언뜻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쉽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는 이색적인 고민은 바로 ‘선동열 감독에게 사인공 받기’다.

오프시즌은 야구선수들에게 휴식이자 ‘민원’의 계절이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그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민원의 대부분은 사인공이다. 시범경기 때면 많은 선수들이 서로의 사인공을 주고받기 바쁘다. 양 손에 공이 가득 담긴 종이봉투, 뒷주머니에는 사인펜을 들고 상대 덕아웃을 찾기도 한다.

타이거즈가 낳은 최고 스타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에 돌아오면서 민원의 절대 다수는 선동열 감독 사인볼 받기가 됐다. 구단에 쏟아지는 사인공 민원의 압도적 1위도 선 감독이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막내의 부탁에도 최고참까지 선뜻 공에 사인을 하지만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 감독의 성품으로 볼 때 선수라도 막상 공을 내밀면 “허허”웃으며 선뜻 사인을 하겠지만 막상 선수가 그렇게 하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베테랑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 고참 선수는 “한두 개면 또 모르겠는데 부탁받은 공이 많아서 도저히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분위기 좋은 회사라도 일반 사원이 사장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개인부탁을 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선수들은 야전 사령관인 감독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다양한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다. “코치에게 부탁할까?”, “구단 직원에게?”, “아니면 주장이 대표로?” 수백만원씩 자비로 배트를 구입해 선수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선 감독, 아무래도 조만간 공 몇 박스에 정성껏 사인을 해야할 것 같다.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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