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는 억지춘향 골프”

입력 2012-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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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뉴질랜드에 부는 한류골프를 보는 시선

한국계 주니어 유망주 즐비…중고대회 휩쓸어
“부모 헌신적 뒷바라지 덕에 실력 뛰어나지만
선수들 표정 밝지 못하고 즐기는 골프 못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불고 있는 골프 한류가 뜨겁다. 5일 끝난 RACV 호주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한국 여자골퍼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유소연과 김하늘, 이보미 등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점령하며 다시 한번 한국 여자골프의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미 PGA투어에서 뛰는 대니 리(22·한국이름 이진명)와 LPGA투어의 양희영(21·KB금융)은 각각 뉴질랜드와 호주 국가대표 출신으로 주니어 시절 우승을 휩쓸 정도로 유명했다. 대니 리는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 기록(18세7개월→18세1개월)을 갈아 치워 주목받았고, 양희영은 2006년 RACV 마스터스의 전신인 ANZ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대니 리와 양희영을 잇는 새로운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 달 29일 호주여자프로골프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세계 최연소 우승 기록(14세 9개월)을 세웠던 리디아 고(고보경)다.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리디아 고는 2011뉴질랜드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2012호주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석권한 세계 아마 골프 1인자다. 호주 여자아마추어 1인자로 평가받는 오수현(16)은 ‘제2의 양희영’이라 불린다. 초등학교 때 골프유학을 온 오수현은 호주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오수현의 아버지 오석구 씨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미 한국 주니어 선수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디아 고를 비롯해 중고교 무대는 거의 매 대회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골프 한류에 대해 현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호주 일간지 골드코스트 블루틴의 테리 윌슨(37년 경력) 기자는 “10년 전 LPGA 투어에 한국 선수들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40명이 넘는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대단하다”면서 “부모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한국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행복하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면서 “같은 10대인 알렉시스 톰슨의 경우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투어에 다닌다. 그런 점과 비교하면 한국 선수들은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국 골프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지적이다.

골드코스트(호주 퀸즐랜드 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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