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 카드’는 조중연 회장 재선용?

입력 2012-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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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전북의 브라질 용병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조중연 회장의 재선을 위한 물밑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에닝요 특별귀화’ 논란 뒤에 숨겨진 축구협회의 속셈

회장선거 악재들 씻어낼 반전펀치 필요
A대표팀 최종예선 승리해야 표심 유리
이청용 대신할 일회용 카드 에닝요 선택
정치적 욕심에 대표팀 이용 비난 봇물


대한축구협회가 전북 현대 에닝요(31·브라질)의 특별귀화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단순히 A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이 아니라 협회 조중연 회장의 재선을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협회는 대한체육회에 에닝요의 특별귀화 추천신청을 했지만 부결됐고,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1차 추천신청 때와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어 체육회 판단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협회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협회가 상급단체와 대립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해가며 무리하는 이유가 뭘까. 에닝요 특별귀화 논란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본다.


○조 회장 재선 도전 굳혀

조 회장은 올해 4년 임기가 끝난다. 차기 회장선거는 내년 1월 열린다. 16개 시도협회장과 8개 산하연맹 등 24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난 선거와 달리 중앙대의원제(5명)가 폐지돼 조 회장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이 없어졌다. 조 회장은 최근 재선 도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월 중순 자문위원회를 전후해 최측근들에게 “회장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다”고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2월까지만 해도 불출마 관측이 우세했지만 아니었다. 협회 소식에 정통한 몇몇 축구인은 “조 회장이 자신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적이 없다. 재선을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종예선 1,2차전 분위기 반전카드 특별귀화

조 회장 재선 도전과 에닝요의 특별귀화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 회장은 지난 해 말부터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작년 말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 경질 과정에서 절차 문제가 불거졌고, 올 초 내부 직원의 횡령 파문이 터졌다. 새로 신설된 사무차장에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주성 사무총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사를 영입해 원성을 샀다. 이런 분위기라면 재선을 장담하기 힘들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다. 특히 A대표팀이 6월8일과 12일 치를 카타르(원정), 레바논(홈)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이 절대 중요하다. 화끈하게 승리해야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런데 주변 여건이 녹록치 않다. 중동 원정 후 홈경기라 역시차가 있고 이청용(볼턴)은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돼 뛸 수 없다. 기성용(셀틱)도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뛰고 있는 박주영(아스널)은 병역연기 논란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뽑은 회심의 카드가 바로 에닝요의 특별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6월 최종예선 1,2차전이 끝난 뒤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벌어질 3∼8차전, 내후년 브라질월드컵을 생각하면 에닝요는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이청용이 돌아오면 에닝요와 포지션이 겹친다. 브라질월드컵 때 에닝요의 나이는 만 33세다. 전성기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에닝요가 당장 최종예선 1,2차전에서는 일회성으로 도움이 될 수 있고 귀화 축구대표 1호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큰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조 회장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선심성 정책들

조 회장은 최근 여러 선심성 정책을 펴왔다. 16개 시도협회에 지급하던 월 300만원의 행정보조비를 올 2월부터 500만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달 중순에는 효창운동장 내에 한국 OB축구회 복지관을 지어줬다. 만만치 않은 임대료를 모두 협회가 지불한다. 시도협회장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고, OB축구회도 간접적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다.


○A대표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선 안돼

A대표팀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A대표팀은 회장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한국축구의 얼굴이다. 조 회장이 A대표팀을 재선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고 하는 순간 대표팀은 무너질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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