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서른여섯 승엽, 대포 대신 장총 찼다”

입력 2012-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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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사부’박흥식 코치가 보는 이승엽의 변화

“파워 떨어졌지만 콘택트 능력 향상
이젠 거포 아닌 중장거리타자 변신”


2003년 이후 9년 만에 국내무대로 돌아온 이승엽(36·삼성·사진)은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9일까지 23경기에서 87타수 32안타로 0.368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32안타 가운데는 홈런 5개, 3루타 1개, 2루타 7개가 포함돼 있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진출하기 이전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박흥식 넥센 타격코치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코치는 1996년부터 삼성에서 타격코치를 지내며 이승엽을 직접 지도한 스승이다.


○향상된 콘택트 능력과 타고난 재능

박흥식 코치는 이승엽을 비롯해 김태균(한화) 등 일본무대를 경험하고 복귀한 타자들이 고타율을 자랑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술적인 변화는 크게 없고, 볼을 배트로 때려내는 능력은 더 향상돼 돌아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컨트롤이 좋은 일본 투수들을 많이 상대한 덕분에 코너워크가 잘 된 볼도 배트 중심에 맞혀 안타를 양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태균과 마찬가지로 이승엽에게도 역시 상대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피해가는 경향이 짙다. 박 코치는 악조건 속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이승엽의 현재 성적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엽은 타격에서만큼은 선천적 재능을 지니고 있어 스윙 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져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줄 안다는 게 박 코치의 설명이었다. 박 코치는 “(이)승엽이는 10년, 아니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다. 그런 능력은 타고난 것이고, 경험까지 덧붙여져서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중장거리타자로의 변신

박흥식 코치는 이승엽에게 더 이상 거포의 이미지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스윙 스피드가 전성기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한 시즌에 40∼50개의 홈런을 쳐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엽이 이미 5개의 아치를 그렸지만 이는 정확한 타격에 의한 홈런이지 예전처럼 거포가 만들어내는 홈런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과거에 이승엽은 홈런을 치려고 마음을 먹으면 홈런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확한 타격을 하다 자연스럽게 터지는 홈런이라는 얘기다.

박 코치는 “승엽이의 타격 장면을 보면 파워보다는 정확성을 앞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제는 거포가 아닌 중장거리타자로 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란 점에서 이승엽의 변신에 후한 점수를 줬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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