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 “기성용의 밥? 제가 입 열면 성용형 다쳐요”

입력 2012-05-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올 시즌 성남 일화에 둥지를 튼 윤빛가람은 15일 AFC 챔스리그 톈진 테다와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뒤 늦었지만 경기가 많이 남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톈진전 선제골을 넣은 윤빛가람. 톈진(중국)|사진공동취재단

덤덤한 골세리머니? 안들어갈 줄 알았죠
대표팀 부진에 그 많던 소녀팬 다 사라져
팬들 비난, 자극 넘어 상처…트위터 중단
올림픽대표 뽑힌다면 나의 전부를 걸 것


성남 일화 미드필더 윤빛가람(22)은 도도한 게 매력이다. 별명도 ‘시크남’이다. 특별히 잘 생기진 않았지만 귀여운 외모에 톡톡 튀는 말투, 빼어난 축구 실력으로 인기가 많다. 윤빛가람은 15일 톈진 테다(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최종전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다. 시즌 개막 70여 일 만에 터진 마수걸이 득점이었다. 그러나 별 다른 세리머니는 없었다. 이유를 묻자 무표정하게 “안 들어갈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도도한 윤빛가람에게 더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대답은 기대 이상이었다. 윤빛가람의 매력에 빠져보자.


-지금처럼 해서 목표(10골 10도움) 달성할 수 있겠나.

“이렇게 가다가는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사실 1년차 때도 좀 늦었다가 중반 이후에 연속 골 넣고 했는데. 올 시즌은 이거 너무 늦게 터져서…. 그래도 경기 많이 남았으니 계속 열심히 해야죠.”


-얼굴이 잘 생긴 편은 아닌데 인기가 많다. 본인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잘 생기지 않은 건 인정해요. (그럼 귀엽다는 평가는?) 제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팬 분들이 그렇게 봐주시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팬 분들 다 경남에 다 두고 왔어요.(웃음)”


-그 많던 소녀 팬들이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 어디 갔나.

“작년에는 타이밍이 잘 맞았죠. 대표팀에서 아시안 컵 때 좋은 모습 보이고 돌아온 게 결정적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대표팀에서 잘 못 뛰고 있으니….(웃음) 대표팀에서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창원에 있다가 수도권으로 오니 놀기 좋지 않나.

“주로 강남에서 놀아요. 그렇다고 어디서 밤 문화 즐긴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친구들이랑 맛집 찾아다니고 집에서 게임도 하고…. (게임 잘 하나?) 잘 못해요. 그런데 (전)현철(성남 동료)이랑 대결하면 자존심 때문에 격해지죠.”


-대표팀 선배 기성용(셀틱)이 트위터로 종종 디스(비방하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를 날린다. 기성용에게 꼼짝 못하는 것 아닌가.

“꼼짝 못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냥 넘기는 거죠. 사실 제가 아는 것도 몇 가지 있어요. 그거 말하면 성용이 형 타격이 클 것 같아서.(웃음). 성용 형은 그런 부분에서는 되게 조심하면서 잘 해요.”


-최근 트위터를 그만뒀다고 하던데.

“처음 시작할 때는 팬들과 소통이나 저에 대해 궁금한 점 말해주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 지나친 비난이 많아요. 이게 자극이 되지만 상처도 받아요. 볼 때마다 분발해야지 하면서도 열 받기도 하고.(웃음)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크게 상처 받았던 말은.

“초반에 팀이 연패할 때 경기도 못 하면서 트위터질 하고 있느냐는 글. 더 심한 것도 많았지만 여기까지만.”


-팀 동료 홍철도 트위터에서 팬과 설전을 벌여 곤욕을 치르지 않았나.

“철이가 저에게 찾아왔더라고요. 좀 도와달라고. 근데 제가 뭘 어떻게 도와줘요?(웃음) 그 다음에 사과 글을 쓰더군요. 저도 못 참는 성격이라 때론 철이처럼 하고 싶은데…. 전 이미 많이 당해봐서 안 그러죠.”


-축구스타로의 숙명 아닌가.

“아직 내공이 덜 쌓이고 어려서 그런가 봐요. 스스로 열 받으면서 무너지고…. 저도 언젠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때가 오겠죠.”


-최근 FC서울 김주영이 친정 팀 경남 원정에 갔다가 팬들의 야유를 많이 받았다. 성남도 5월20일 경남 원정이 있는데.

“저…. 경고누적으로 못 뛰어요….”


-다행이라 생각하나.

“아뇨. 고향 팀이라 정말 더 뛰고 싶었고 당연히 이기고 싶었을 거고. 안타까워요.”


-올림픽대표팀에 같은 포지션의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기성용이 합류하면 발탁 경쟁이 더 치열할 텐데.

“제가 올림픽에 갈 수 있는 건 딱 하나예요. 성남에서 잘 하는 모습 홍명보 감독님께 보여주는 거죠. 그것 밖에 없어요. 제 인생에 한 번밖에 나갈 수 없는 올림픽이라 모든 걸 걸어보고 싶어요.”

톈진(중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