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포수 김사훈, 사촌형 김사율과 배터리 꿈

입력 2012-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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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훈.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떠돌이생활 마감…롯데 1군데뷔 합격점


#롯데 배재후 단장은 2010년 여름 무렵으로 기억한다. “사직구장에서 (김)사율이와 우연히 만났다. ‘단장님 선수 하나 테스트해주실 수 없겠습니까?’라고 부탁을 하더라.” 당시 김사율이 부탁한 선수는 일곱 살 아래의 사촌동생 김사훈(25)이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흐른 2012년 5월 18일 김사훈은 롯데 주전포수로서 사직 만원관중 앞에 섰다. 생애 첫 1군 선발출장에서 투수 이용훈과 승리를 합작하며 롯데의 4연패를 끊어줬다. 원래 롯데는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투타 수훈선수 1명씩을 뽑아 상금 50만원을 주는데 양승호 감독은 특별히 이날만 1명 더 뽑으라고 지시했다. 김사훈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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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훈은 “사율이 형이 아니었으면 야구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상고 에이스로서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형은 그의 우상이었다. 형처럼 투수로 야구를 시작했고, 감천초∼대신중을 나왔다. 그러나 부산고로 진학한 뒤 포수로 바뀌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체격이 작아 투수를 하기 힘들었다.

졸업 후 프로에 가고 싶었지만 어디도 지명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대학(국제디지털대)에 갔는데 1년 만에 야구부가 해체됐다. 스물한 살에 다시 한민대에 신입생으로 재입학했다. 4년을 기다려 다시 프로 문을 두드렸지만 또 원하는 곳이 없었다. 약한 팀에 있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LG 등 프로팀의 문을 노크했지만 테스트에서 불합격됐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었던 학교를 떠나 ‘군대나 가야겠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부산역에 도착한 순간, 거짓말처럼 롯데에서 전화가 왔다. “상동(롯데 2군)에 가봐라.” 알려진 것과 달리 테스트 없이 상동 입소를 허락 받았다. 그해 겨울, 훈련을 거쳐 2011년 신고선수로 롯데 선수가 됐다.


#2011시즌 후 롯데는 백업포수 장성우를 군대에 보냈다. 강민호를 받칠 포수가 필요한 여건에서 김사훈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18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렸다. 지난해 9월17일 2군(대전 한화전)에서 퍼펙트게임을 해냈던 이용훈과 또 한번 큰 일을 해냈다. 아직 가고시마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밖에 호흡을 못 맞춰본 우상이자 사촌형인 김사율과 1군에서 배터리가 될 꿈을 이룰 날도 이제 멀지 않아 보인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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