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이순신장군이 보우하사…’

입력 2012-05-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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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8년만에 올림픽 본선행…김형실감독이 들려주는 뒷이야기

선수단 현충사 참배…한일전 전의 다져
애주가 김형실감독 60일금주 정신무장


한국여자배구가 8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27일 끝난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5승2패로 러시아에 이어 2위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28일 귀국한 대표팀 김형실 감독에게 본선진출 과정에서 있었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전 승리 비결은 정신력

김 감독은 일본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4월 선수단은 현충사로 참배를 다녀왔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일본에 진 역사가 없다. 참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을 수 있길 바랐다”고 했다. 효과는 경기력으로 입증됐다. 일방적으로 일본을 응원하는 1만여 명의 홈 팬들 앞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조급함 없이 침착하게 서브 강타를 넣고, 블로킹으로 길목을 차단하자 오히려 홈경기를 치르는 일본 선수들이 당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고 밝혔다.


○황연주 집중견제? 김희진이 허 찔렀다

일본은 이번 한일전 승리를 위해 초고속 카메라 3대를 구입해 황연주(라이트)를 철저히 연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1세트 6-8로 뒤진 상황에서 김 감독은 황연주 대신 김희진을 투입해 허를 찔렀다. 김희진은 황연주와는 전혀 다른 코스로 공격을 구사하며 상대를 공략했다. 한국은 중요한 고비였던 일본전 승리를 일궈내며 본선 진출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60일 금주 김감독, 맥주 마셔도 될까?

애주가 김 감독은 3월28일 선수촌 입촌을 앞두고 금주를 결심했다. 몇몇 베테랑들의 문자 메시지가 계기가 됐다. ‘런던에 꼭 가고 싶다. 몸 상태도 좋은 편이다’는 내용이었다. 올림픽에 대한 선수들의 열망과 간절함을 확인한 김 감독은 예선전 준비에만 집중하기 위해 60일 금주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태국전이 끝나고 본선 진출이 90% 이상 결정됐을 때 김사니와 김연경에게 이제 맥주 한 캔 해도 되느냐 했더니 하루 더 참고 페루전 끝나고 드시라고 하더라.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다”며 웃었다.


○36년만의 메달 획득 충분히 가능하다

김 감독은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공격과 블로킹 등에서는 세계적인 강호 러시아나 세르비아, 중국과의 경기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조직력으로 커버해야하는 부문을 보강하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추가한다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메달 획득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6월1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한다. 한편 국제배구연맹(FIVB)이 28일 발표한 런던올림픽 조 편성에서 한국(세계랭킹 13위)은 미국(1위) 브라질(2위) 중국(5위) 세르비아(6위) 터키(11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랭킹이 가장 낮은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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