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투병중인 아버지를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했던 포항 노병준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포항 공격수 노병준 ‘눈물로 쓴 사부곡’
폐암투병 아버지 위해 준비한 세리머니
PK실축·애매한 첫골 상황에 애만 타고
울산에 1-3 패배하자 하염없이 눈물만
포항 스틸러스 노병준(33)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노병준은 27일 K리그 18라운드 울산 원정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울산 골키퍼 김영광이 부축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물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도 그치지 않았다.
노병준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아버지 노흥복(66)씨를 위한 것이었다. 노 씨는 2009년 폐암 진단을 받고 3년 째 투병 중이다. 투병 중에도 가끔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아버지가 찾는 날, 아들은 어김없이 득점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 이상 아들 경기를 관람할 수 없게 됐다.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노병준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버텨달라”고 애원했다. 아버지에게 힘을 실어드리고자 티셔츠 세리머니를 생각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정성스레 썼다. 골을 성공시킨 뒤 아버지를 웃게 해드리고 싶었다.
노병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른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포항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전반 14분 첫 기회가 찾아왔다. 신진호가 골 에어리어 안에서 상대 골키퍼 김영광의 손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노병준이 키커로 나섰다. 침착하게 왼쪽 골문 구석을 노렸다. 그러나 김영광은 노병준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막아냈다.
노병준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득점을 올려야만 했다. 전반 30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지체 없이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볼은 팀 동료 이명주의 등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호골. 그러나 세리머니를 할 수 없었다. 득점 상황이 애매했다. 기록원은 노병준의 골을 선언했고, 이명주에게 도움을 줬다. 그러나 노병준이 이 상황을 알 턱이 없었다. 확신이 없던 노병준은 티셔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다시 골을 뽑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추가득점은 없었다. 팀은 1-3으로 졌다. 노병준이 준비한 특별한 세리머니는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됐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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