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득점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크게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홍명보가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득점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크게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창수·정성룡 경기중 예상밖 부상이탈 위기
교체투입 오재석·이범영 펄펄…4강행 원동력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 승리의 원동력 중 하나는 적재적소에 이뤄진 교체 투입이었다.

사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의 연이은 부상 이탈은 예상치 못했다. 오른쪽 풀백 김창수(부산)와 골키퍼 정성룡(수원)이 경기 중반 갑작스런 부상으로 벤치로 나가야 했다.

긴박함 속에 투입된 이들은 오재석(강원)과 이범영(부산)이었다.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선배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두 선수는 올림픽 개막 이후 철저한 서브였다.

하지만 둘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오랜 시간 홍명보호의 부주장으로 활약해온 오재석은 한 차례 페널티킥(PK) 파울을 범한 것 외에 무리 없이 남은 시간을 보냈다. 골키퍼 이범영도 스타들이 즐비한 상대의 파상공세를 막은 뒤 승부차기 영웅이 됐다. 통상 돌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벤치 멤버들이 완벽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호는 달랐다.

우선 ‘준비된 자’에 대한 기대다. 홍명보 감독은 제자들의 몸 상태에 대해 철저하게 코치의 의견을 구한다. 흔히 교체 선수들은 경기가 진행될 때 터치라인 부근에서 몸을 풀며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데, 홍 감독은 몸을 풀며 주변을 살피는 이는 절대로 투입하지 않는다. 즉각 대응 태세를 위해선 몸 풀기도 실전처럼 임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믿음’ 역시 원동력이다. 코칭스태프와 동료 간의 신뢰다. 홍 감독이 단 한 번도 바꾸지 않는 기조 중 하나가 바로 ‘개인보다 팀으로’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홍 감독은 “우리는 18명이 하나”라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이를 지켰다. 이범영은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끼리 매일 차를 마시고, 산책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왔다”고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