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소연이 27일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박수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는 28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5년 만에 일본 무릎꿇린 ‘작은 거인’ 지소연
팀 동료 나호미와 신경전·훈련파트너 아유미에 환상적 프리킥골
“男대표팀에 쏠린 관심 당연…2015캐나다월드컵 진출해 일낼 것”
세계챔피언을 무너뜨린 한국여자축구의 ‘작은 거인’ 지소연(22·고베 아이낙)은 당당했다. 지소연은 27일 일본과 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에서 혼자 2골을 책임지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오른발 프리킥과 감각적인 마무리 모두 작품이었다. 한국은 2011독일여자월드컵 우승팀 일본을 누르며 2008년 5월 (3-1 승) 이후 5년 만에 한일전 승리를 맛봤다. 지소연은 2006년 10월 A매치 데뷔 후 처음 일본을 꺾었다. 28일 일본으로 떠나는 지소연을 인천국제공항에서 단독으로 만나 한일전 승리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 한국 깔본 일본에 통쾌한 설욕
지소연은 한일전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 동안 일본에서 받았던 서러움 때문이다. 그는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3년째 뛰고 있는 팀 에이스. 일본 선수들과도 가깝다. 하지만 한국을 늘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 선수들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한일전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네가 무조건 이긴다는 식으로 말해요. 이해는 가죠. 일본이 (독일)월드컵 우승, (런던)올림픽 준우승 팀이니까. 하지만 기분은 정말 안 좋았어요. 이제 어깨 펴고 당당하게 만나야죠.”
● 우정은 잠시 뒤로
지소연은 일본대표팀 미드필더 가와스미 나호미와 팀도 같고 한 집을 쓰는 절친이다. 하지만 우정은 잠시 접어뒀다. 한국이 앞선 상황에서 지소연은 동료들에게 “천천히 하자”고 말했다. 평소 지소연과 친하게 지내 한국말을 잘 아는 가와스미가 “시간 끌지 말고 페어플레이 하라”며 발끈했다. 지소연은 못 들은 척 계속 “서둘지 말자”고 약을 올렸다. 흥분한 가와스미 얼굴이 달아올랐다. 경기 후 미안한 마음에 가와스미에게 문자를 보냈다. 대회 중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번에는 감감 무소식. 지소연은 “문자를 수십 개 보냈는데 답장이 한 통도 안 와요. 집에 가면 만날 텐데”라고 난감해하면서도 “지는 것보다 이기고 어색한 게 낫죠”라며 웃음 지었다.
● 훈련파트너에게 한 방 먹이다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 지소연의 프리킥은 그림 같았다. 일본대표팀 골키퍼 가이호리 아유미도 지소연의 팀 동료다. 평소 프리킥 연습을 하면 늘 가이호리가 볼을 막았고, 골을 넣은 것보다 막히는 횟수가 많았다. 그만큼 서로 스타일을 잘 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수 싸움에서 지소연이 한 수 위였다. 지소연은 “코스는 예전과 비슷했는데 속도가 좀 더 붙은 것 같아요”라며 득점 원인을 분석했다.
● 수비부담 나눠가진 동료들
지소연은 북한, 중국전에서 무득점이었다. 쥐가 날 정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바람에 정작 볼이 왔을 때 해결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한일전을 앞두고는 권하늘, 김나래 등 미드필더들에게 “공격에 집중할 테니 좀 더 수비를 봐 달라”고 부탁했다. 동료들도 “과감하게 올라가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의 의기투합이 승리로 이어졌다.
● 여자축구 붐은 우리 힘으로
여자대표팀은 화제의 중심이었던 남자대표팀과 달리 관심 밖이었다. 지소연이 이 사실에 울컥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작 지소연은 담담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남자는 월드컵도 나가고 꾸준히 성적을 냈잖아요.”
2010년 U-20월드컵 3위, U-17월드컵 우승으로 여자축구 신드롬이 반짝 분 적이 있다. 지소연은 “그런 관심은 금방 식을 줄 알았어요. 이후 저희가 보여드린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2015년 캐나다월드컵 진출이 더 중요해요”라고 눈을 반짝거렸다.
인천국제공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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