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 kt-KIA전에 앞서 kt와 국방부가 합작한 해외 파병 장병의 감동 시구. 사진제공|kt 위즈
9구단 NC는 이런 면에서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구단 운영을 비롯해 마케팅이나 홍보에서도 기존 구단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다른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리그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부분도 있었다.
10구단 kt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선 독특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는 현역 군인 가족을 위한 깜짝 시구 이벤트였다.
kt는 국방부와 함께 이 시구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미 지난달 25일 6.25 참전용사가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한 뒤 지속적인 대화를 했고, 시구를 통해 해외 파병 장병과 고국에 남은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해외 파병 장병 중 지원자를 모집했고, 지난해 10월 남수단에 파병된 도경원 중사(28)를 선발했다. 도 중사는 이날 전광판을 통해 먼저 등장했다. 미리 녹화된 메시지로 가족에게 인사를 하는 영상이었다.
도 중사의 아내 서가영 씨(29)와 딸 도혜인 양(4), 아들 도정현 군(3)이 시구를 앞두고 전광판을 보고 있을 때, 도 중사는 몰래 kt 포수 장성우와 자리를 바꿨다. 그는 장성우 유니폼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홈 플레이트에 앉았다. 아내는 도 중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시구를 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시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공을 받은 도 중사는 곧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아내는 금세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도 중사는 딸과 지난해 선천성 심장 질환을 이겨낸 아들을 품에 안은 뒤,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경기 전 잠깐 진행되는 시구, 경기에 묻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깊은 울림을 준 장면이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여전히 ‘뻔한’ 시구 이벤트가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연과 감동이 있는 시구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kt가 국방부와 함께 마련한 이번 이벤트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다.
수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