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김경문 감독 “강정호와 인연 불발…천만다행이야”

입력 2015-09-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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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2006년 프로에 입단한 강정호(피츠버그)에게서 대형 포수로서도 큰 가능성을 엿봤지만, 자신과 인연이 닿지 않아 유격수로 전념하며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데 대해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 김경문 감독의 추억

고교 시절 강정호 ‘대형 포수감’으로 주목
현대 입단 후 김재박 감독에게 이적 제안
트레이드 되었다면 포수로 한국 남았을 것


“다행이에요. 참 다행이야. 나랑 인연을 맺었으면 아직 한국에 있었을 거예요. 이미 슈퍼스타가 돼 있겠지만,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해외, 특히 메이저리그에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NC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야수인 강정호(28·피츠버그)에 대한 말을 나누다 환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사실 내가 강정호의 야구인생을 크게 바꿀 뻔했다. 그렇게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며 다시 웃었다.

김 감독과 강정호는 출신 지역도 다르고, 같은 학교 동문도 아니다. 프로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적도, 국가대표팀에서 만난 적도 없다. 어떤 인연이 이어질 뻔했을까.

그 실마리는 10년 전인 2005년 8월 1일 대한야구협회가 발표한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문학구장 개최) 대표팀 명단에 있다. 2005년이면 강정호가 광주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일 때다. 당연히 내야수 명단에 이름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손용석(롯데), 김성현(SK) 등이 당시 청소년대표팀 야수였다. 그렇다면 투수였을까. 강정호는 고교 시절 투수로도 꽤 뛰어났지만, 당시 대표팀에는 에이스로 꼽혔던 한기주(KIA), 류현진(LA 다저스)과 더불어 2학년으로 선발된 김광현(SK)이 있었다.

강정호의 이름은 단 2명뿐인 포수에 있었다. 강정호와 인천고 이재원(SK)이 고교 최고의 포수로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했다. 강정호는 고교 때 투수와 유격수로 모두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포수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2006년 프로 입단 이후 유격수에 전념했지만, 2008년 우리 히어로즈를 지휘한 이광환 감독이 강정호에게 다시 미트를 주고 김동수(현 LG 퓨처스 감독)의 후계자가 되어줄 것을 주문할 정도로 포수로서도 뛰어난 자질을 계속 보여줬다.

김 감독은 “예전 팀(두산)에서 감독을 할 때 광주일고에 좋은 포수 나왔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영상도 보고 했는데, 방망이도 잘 치고 어깨도 정말 강했다. 대형 포수가 될 수 있는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강정호의) 프로(현대) 입단 이후 김재박 감독을 찾아가 강정호의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카드도 나쁘지 않았는데, 김재박 감독은 빙그레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 트레이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시는 정말 아까웠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같은 팀으로 왔으면 강정호는 지금도 포수를 하고 있었을 것 같다. 강정호를 통해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야구, KBO리그의 야수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큰 무대에서 꿈을 이루며 큰 역할을 했다. 인연이 안돼 정말 다행이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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