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신재영-두산 유희관(오른쪽). 스포츠동아DB
투수는 다양한 구종을 던질수록 상대 타자와 승부에 유리하다. 지도자들이 “제2, 제3의 변화구를 연마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타자들이 여러 구종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투수들이 끊임없이 새 구종을 연마하려 노력하는 이유다. 어떻게든 타자와 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다.
가까운 일본프로야구(NPB) 최정상급 투수인 가네코 치히로(오릭스)는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코스에 던지는 투수로 인정받는다. 본인이 꼽은 ‘확실한 구종’만 무려 6가지에 달한다. 최고구속 154㎞의 빠른 공과 커터, 슬라이더, 커브, 슈트(역회전볼), 체인지업, 스플리터가 그것이다. 흔히 말하는 ‘팔색조’와 딱 어울리는 투수다. 오래 버텨야 하는 선발투수이기에 가치가 더 빛난다.
KBO리그에는 직구와 확실한 변화구의 2가지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 피치’ 투수가 적지 않다. 올 시즌 일약 10승 투수로 올라선 신재영(넥센)이 좋은 예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2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후반기 들어 체인지업의 구사 빈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만들어진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상대 타자들이 노림수를 가져가긴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신재영의 장점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황에 맞게 구속을 조절해 던지는 완급조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기준으로 최저·최고구속의 차이는 10㎞ 안팎으로 이상적이다.
유희관(두산)도 완급조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유희관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30㎞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직구의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던지고, 슬라이더와 싱커, 커브 등의 변화구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완급조절 능력을 앞세워 ‘느린 직구’의 단점을 보완했다. 유희관은 “구속조절은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며 “주자가 없을 때는 힘을 빼고 맞혀 잡는 것도 도움이 된다. 투구수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본 피칭메뉴에 ‘더 느린 직구’와 슬로커브를 추가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한화 투수코치를 지낸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완성도가 높은 구종으로 구속조절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선발투수라면 직구를 포함해 확실한 구종 3가지를 던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자유자재로 구속을 조절하며 던질 수 있다면 완전치 않은 공을 던지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신재영은 슬라이더 10개를 던지면 8개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형성된다. 그 공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구속조절은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LG 양상문 감독도 “완급조절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같은 폼을 유지하면서 구속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구종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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