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축구 조기교육 통해 ‘한국형 메시’ 발굴해야”

입력 2016-10-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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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축구, 리더십, 육성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지도 14년이 흘렀지만 그는 한국축구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최근 방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축구, 리더십, 육성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지도 14년이 흘렀지만 그는 한국축구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히딩크에게 한국축구의 길을 묻다

현대축구는 감독의 능동적 변화 요구
새로운 흐름 배우는 데 주저해선 안돼
2002년은 내 축구인생의 하이라이트


사상 첫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그것도 4강 신화를 일군 2002한·일월드컵이 끝난 지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를 선사한 영웅을 한국축구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 또한 당시의 추억을 또렷하게 기억하며 한결같이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상사는 참 기묘하다. 자신의 조국 네덜란드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1998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5의 참패를 안긴 거스 히딩크(70) 감독이 4년 뒤 월드컵에서 한국 지휘봉을 잡고 놀라운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고 과연 누가, 또 어떻게 상상이나 했을까. 히딩크 감독 본인조차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계산과 이익에 밝다는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조금도 잊지 않고 있다. 2002년 이후 자신의 인생 상당 부분을 한국과 한국축구를 위해 투자했다. 고질을 앓아온 무릎도 전 한국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에게 수술을 맡길 정도로 믿음 또한 상당하다. 틈만 나면 자신의 인생 파트너 엘리자베스와 함께 찾곤 하는 한국은 그에게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 스포츠동아는 최근 방한한 히딩크 감독을 경기도 성남의 모처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축구, 리더십, 풀뿌리 육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2 월드컵 포르투갈전 당시 박지성과 포옹한 히딩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2 월드컵 포르투갈전 당시 박지성과 포옹한 히딩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끊을 수 없는 한국



히딩크 감독은 그 순간을 ‘대단한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해보지 못한 팀을 4강에 올려놓다니…. 그래도 그의 기억 속에 최고의 장면으로 남아있는 것은 태극전사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다. 태극전사들이 향하는 각 도시와 경기장을 온통 붉게 물들인 응원단 ‘붉은악마’의 열정과 놀라운 카드섹션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4강전에서 한국은 ‘전차군단’ 독일에 0-1로 져 결승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품어온 원대한 꿈을 충분히 실현한 뒤였다. “내가 감동한 것은 월드컵을 준비할 때, 또 대회 본선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준 사랑이었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난 한참 뒤에도 사랑은 계속됐다. 모두의 환영과 환한 인사, 미소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했다. 어떻게 한국을 잊을 수 있겠나?”

히딩크 감독은 한국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그저 마음에만 간직하지 않았다. 보답을 직접 실행에 옮겼다. 여전히 현역 사령탑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네덜란드에 설립해 2007년부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한국과 아시아의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전국 13개의 전용풋살구장을 건립한 것도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조그마한 봉사활동일 뿐이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최대한 보답하려고 한다. 나의 2번째 고향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고 누렸으면 좋겠다.”

2002년을 전환점으로 삼은 한국축구와 달리, 히딩크 감독은 당시를 자신의 ‘터닝 포인트’로 보진 않는다. 그보다 오래전부터 출중한 커리어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국 땅을 밟기 전에는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과 자국대표팀, 레알 베티스,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굵직한 팀들을 이끌었다. 다만 2002년이야말로 ‘영원히 간직할’ 기억이라는 점에는 확실히 공감했다. “2002년이 감독 이력의 전환점은 아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면서 ‘모두의 힘’을 증명해 더 없이 기뻤다. 지금의 대표팀에 대해 묻지는 않았으면 한다. 현재의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언급할 필요도 없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거스 히딩크.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한국형 메시’를 찾아라!

언제, 어디서든 한 사회, 한 국가에는 중요한 덕목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리더십’이다. 유형은 서로 조금씩 달라도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부터 조그만 조직의 말단 관리자까지 굉장히 중시된다. 리더십이 흔들릴 때 해당 조직과 조직원들은 함께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장’, ‘덕장’, ‘용장’, ‘운장’ 등 뛰어난 사령탑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좋은 리더가 최상의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외부의 거센 압력과 비난까지 내부의 단합으로 바꾸는 이가 있는 반면, 가벼운 입김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여 태풍으로 바꿔놓는 사례도 있다.

히딩크 감독의 철학은 분명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보유한 자산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이’를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감독으로 꼽았다. “정답은 없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나 개개인이 다르고, 똑 부러지는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짧지 않은 경험에 비쳐볼 때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이 대개는 훗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자 성향이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되, 그들이 마음껏 그라운드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잠재력을 끌어낼 때 최상의 팀이 만들어졌다.”

그는 전통적 방식도 중요하지만, 감독 스스로의 변화도 주문했다. “현대축구는 현대적 기술에 맞춰가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흐름을 배우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예전에는 클럽이든, 대표팀이든 코칭스태프가 특정 조건을 미리 만들어놓고 선수들을 마치 퍼즐조각처럼 이리저리 끼워 맞추려고 했으나, 지금은 감독이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에도 한 가지 주문을 던졌다. 지속적 ‘기술향상’과 ‘떡잎 발굴’이다. “나는 출중한 기술을 언제나 ‘좋은 선수’를 분별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현존하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 선수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다. 그런데 메시가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뉴 메시’가 탄생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형 메시’가 나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천부적 재능이 없더라도 조기교육과 꾸준한 훈련이 뒷받침되면 수준급 스타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한국의 잠재력을 믿는다.”


거스 히딩크 감독


▲생년월일=1946년 11월 8일(네덜란드 국적)

▲선수 경력=데 그라파샤프(1967∼1970년, 1971∼1977년, 1981∼1982년), PSV에인트호벤(1970∼1971년), 새너제이 얼스퀘이크(1977년), NEC니메가(1977∼1981년)

▲감독 경력=PSV에인트호벤(1986∼1990년), 페네르바체(1990∼1991년), 발렌시아(1991∼1993년), 네덜란드대표팀(1995∼1998년, 2014∼2015년), 레알 마드리드(1998∼1999년), 한국대표팀(2001∼2002년), 호주대표팀(2005∼2006년), 러시아대표팀(2006∼2010년), 터키대표팀(2010∼2011년), 첼시(2009년, 2015∼2016년)

▲수상 경력=2002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청룡장, 2008년 러시아축구협회 올해의 감독상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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