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풋풋했던 신인 박용택과 김진우의 가을 재회

입력 2016-10-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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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KIA 김진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LG 박용택-KIA 김진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개인적으로 KIA랑 포스트시즌은 2002년 이후 처음인데 그때 아주 좋은 기억이 있었다.”

LG 박용택(37)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14년 전 추억을 끄집어내며 ‘빅마우스’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SPOTV 한재웅 아나운서가 “그때 MVP 되지 않았나요”라고 묻자 박용택은 “기억력이 참 좋으시다. 맞다. 당시 다승왕 에이스를 상대로 멀티홈런 포함 4타점을 기록했다”며 자랑했다.

그의 말처럼, 14년 전 박용택은 KIA와 맞붙은 플레이오프(PO)에서 영웅이 됐다. 당시 고려대를 졸업한 풋풋한 신인이던 그는 2승2패 후 광주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 1회초 우월 솔로홈런을 날리며 선제점을 뽑았고, 2-2로 맞선 6회초에도 결승점이 된 우월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5차전에서만 5타수3안타4타점. PO에서 타율 0.350(20타수 7안타)의 맹활약으로 MVP를 차지했다. 그해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던 박용택이 가을에 펄펄 난 덕분에 LG는 준PO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홈런을 맞은 상대투수는 그해 19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마크 키퍼였다. 키퍼는 6.1이닝 동안 6안타로 버텼지만, 박용택에게만 홈런 2방을 허용하면서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해 박용택이 LG의 특급신인이었다면, 맞은편 KIA에서는 김진우(33)가 괴물 신인이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뒤 KIA에 입단한 김진우는 시속 150㎞대 강속구와 폭포수 같은 커브를 앞세워 곧바로 주력 투수로 자리 잡았다. 완봉승 1차례 포함해 4차례 완투를 하며 12승(11패), 방어율 4.07로 맹활약했다.

2001년 해태에서 구단명이 KIA로 바뀌고, 2002년 2위를 차지하며 PO에 직행한 KIA였다. 다승왕 키퍼와 함께 14승을 올린 다니엘 리오스라는 막강한 외국인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빛났지만, 김진우라는 특급신인이 가세하면서 마운드의 힘이 강력해진 덕분이기도 했다.

KIA 벤치는 김진우를 포스트시즌 들어 불펜의 핵으로 중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경기에 구원등판해 4.2이닝 10실점(방어율 19.29). KIA 벤치는 끝까지 그를 믿고 5차전에서도 2-3으로 뒤진 7회초 1사 2루 위기서 키퍼에 이어 김진우 카드를 투입했지만, 김진우는 1.2이닝 동안 5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KIA의 한국시리즈 진출 꿈도 김진우의 부진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14년이 흘렀다. 꾸준히 성장한 박용택은 이제 LG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 잡았다. ‘제2의 선동열’로 기대를 모으던 김진우는 한때 방황을 하며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귀했다. 과거를 반성하며 모범적인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땀을 흘리던 그는 수술과 부상의 악재를 딛고 돌아와 불펜투수로 백의종군하고 있다.

2002년 파릇파릇했던 신인 박용택과 김진우. 둘이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이제 팀의 베테랑이 돼 가을무대에서 다시 마주했다. 14년 후 이들은 또 어떤 스토리로 만날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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