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넥센 고종욱 어머니 “확실한 주전만 꿰찼으면 했는데…”

입력 2016-10-1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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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 고종욱.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걱정과 기대로 가득했다. 고종욱의 어머니 안정선 씨는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아들이 떨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3일 1차전이 열린 고척돔을 찾은 안 씨.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넥센 염경엽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 고종욱.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걱정과 기대로 가득했다. 고종욱의 어머니 안정선 씨는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아들이 떨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3일 1차전이 열린 고척돔을 찾은 안 씨.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포스트시즌(PS)은 전쟁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멘탈 게임’이다. 전쟁터에 나서는 선수들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극도의 긴장 탓에 일부러 현장을 찾지 않는 가족들도 있을 정도다.

넥센 고종욱(27)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번째 가을야구에 참가한다.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치렀다.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한 뒤 처음 맞는 PS라 감회가 새롭다. 올 정규시즌 성적은 133경기 타율 0.334(527타수176안타), 8홈런, 72타점, 28도루. 규정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높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올해 PS의 키플레이어는 고종욱”이라고 밝힌 이유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날 고척돔을 찾은 그의 어머니 안정선(56) 씨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아들의 2번째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종욱은 “어머니께서 표를 구해달라고 하시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고종욱은 역삼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배트를 잡았다. 여름방학 때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동기들은 이미 진학할 중학교가 결정된 시점이었다. 그만큼 출발이 늦었다. “(고)종욱이가 운동에 소질이 있었지만, 집안에 운동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어릴 때 (야구를) 시킬 생각은 못 했다.” 안 씨의 회상이다. “(고종욱이) 이렇게 운동을 잘하는데, 왜 공부를 시키려고 하냐.” 제부의 말에 안 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때 확실히 야구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고종욱이 탄생한 배경이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마음고생도 심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프로 입단을 노렸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기도 늦은 시점이었다. 안 씨는 “다행스럽게도 한양대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만약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면 (야구인생이) 어찌됐을지 모른다. 한양대학교에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고 밝혔다. 2014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어깨가 탈골돼 수술대에 올랐을 때도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다. “재활이 길어져 1군 복귀시기가 늦어지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 다행히 고종욱은 2015시즌 119경기에서 타율 0.310(407타수126안타), 10홈런, 51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데뷔 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고, 올 시즌에는 팀의 핵심타자로 거듭났다. 안 씨의 우려는 기우로 바뀌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복귀해서 자리를 잡아줬다. 올해 주전 자리만 확실히 꿰찼으면 했는데 이렇게 잘해서 기쁘다. 주변에서도 ‘야구선수를 키워냈다’고들 하시는데, 그때마다 정말 뿌듯하다.”

고종욱의 본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이다. 고척돔까지 거리는 약 35㎞.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정체가 심한 올림픽대로를 통과해야 한다. 고종욱이 구장 근처에 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원정을 다녀온 뒤에는 항상 본가에 들러 가족과 함께한다. 안 씨가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종욱이가 살갑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면서도 “돔구장 앞에 집을 얻었는데, 원정 다녀오면 꼭 집(본가)에 와서 자고 간다. 그 자체로 좋다.”

마지막으로 안 씨는 가을야구에 임하는 아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묻어났다. “PS를 앞두고 정규시즌 막판 타격감이 떨어져서 불안하긴 하지만, PS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너무 떨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자기 역할만 잘해주면 된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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