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홀드왕으로 진화한 LG 진해수 “반짝 아님을 증명하겠다”

입력 2018-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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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진해수의 애칭은 ‘수도방위사령관’이다. 2017시즌 홀드왕에 오르며 든든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LG 좌완투수 진해수(32)는 프로 데뷔 12년째였던 지난해 ‘대기만성’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줬다. 75경기에 등판해 3승3패1세이브24홀드, 방어율 3.93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06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생애 첫 개인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불펜투수에게 수여되는 훈장인 ‘홀드왕’을 차지한 덕분에 올해 연봉은 1억9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000만원이나 껑충 뛰었다. 꿈결 같은 한 해였다.

진해수는 21일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서둘러 떠났다. 30일 출국하는 본진보다 9일이나 앞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의 여운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 시즌 더 높이 날기 위해서다. 하루 바삐 시차에 적응한 뒤 곧장 피칭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출국에 앞서 그는 “(비시즌 동안에도) 휴식보다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산소운동, 웨이트트레이닝, 근력운동 위주로 훈련했다”며 “잠실구장에서 훈련하며 꾸준히 볼을 만지고, 롱토스와 캐치볼을 했다. 캐치볼은 20m 거리에서 세게 던지는 수준까지 마쳤다. 본진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2월 1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진해수는 2006년 KIA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희소성 높은 좌완 파이어볼러라 큰 기대를 모았으나, 잠재력의 꽃망울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결국 2013년 SK로 트레이드됐고, 다시 2015년 LG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그 사이 방어율이 4점대 이하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거듭했다.

LG 진해수. 스포츠동아DB


연봉이 선수의 능력을 상징하는 최종 지표는 아니지만, 그에게는 1억원도 버거운 고지였다. 다행히 2016년 75경기에서 17홀드(4패1세이브)를 챙기는 한편 방어율은 4.67까지 끌어내린 데 힘입어 연봉 1억1000만원을 받게 됐다. 생애 첫 억대 연봉 진입이었다. 이어 1년 만에 다시 2억원대를 눈앞에 둔 투수로 거듭났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그는 “먼저 구단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는 선수,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지난해 못지않은 성과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스스로도 이를 잘 깨닫고 있었다. 진해수는 “올해는 개인적 목표에 앞서 팀이 지난해보다는 좋게 시즌을 끝냈으면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어떤 부분이든 지난해보다는 나아져 반짝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구체적 계획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는 철저히 좌타자에 맞춰 짧은 이닝을 소화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올해는 좀더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기를 원한다. 그는 “좌타자나 우타자를 딱히 가리거나 의식하진 않는다. 하지만 감독님이나 투수코치님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는 말로 마음속 다짐을 살며시 끄집어냈다. 이어 “올해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진 않는다. 다만 좀더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완성된 볼을 던지고 싶다”는 말로 안정감 넘치는 ‘불펜 에이스’로 자리 잡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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