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해창, “경쟁자 시기하면 좋은 팀 아냐”

입력 2018-04-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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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해창. 사진제공|kt wiz

“팀의 주전 포수가 누구인가?”

지난해 이 질문에 가장 답하기 힘든 팀이 KT였다. 2017시즌 KT의 안방은 이해창(31)과 장성우(28)가 나눠 지켰다. 이해창이 655.2이닝, 장성우가 581.1이닝을 소화했다. KT는 출장이닝 1~2위 포수의 간극이 가장 적은 팀이었다. 이는 KT가 지난해 팀 방어율 5.75로 고전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진욱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주전 포수로 장성우를 점찍었다.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 장성우를 주전 포수로 뛰게 할 생각이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장성우는 개막 후 치른 8경기 중 7번 안방을 지켰다.

‘경쟁자’에서 ‘백업’으로 밀린 듯한 분위기. 이해창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선발은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다. 선수가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대신 못 나가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고 운을 뗐다. “선발 야수는 단 아홉 명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한 그는 “무작정 주전을 욕심내거나 경쟁자를 시기하면 결코 좋은 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창은 “내 장점은 장타다.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도움 되는 선수라는 걸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칼을 갈았다.

지난 주말 두산과 홈 개막 3연전, 이해창은 다짐을 지켰다. 3월 31일 대수비로 출장한 그는 8회 첫 타석에서 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한 뒤 8회 다시 돌아온 타석에서 좌중월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앞서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한 이닝 두 번째 만루홈런으로 KBO 최초 대기록을 합작했다. 이튿날인 1일에는 좌월 솔로포로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이해창은 “며칠 전부터 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물날 것 같았다.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자평했다. 사령탑이 주전으로 점찍었던 장성우가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이해창이 본인의 장점인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프로에는 영원한 주전도, 백업도 없다. KT 안방 경쟁은 시작부터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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