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구스타보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3라운드 서울과 홈경기 후반 17분 3-0으로 달아나는 쐐기골을 터트린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구스타보는 K리그 데뷔전에서부터 골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동료들은 말했다. “대단해요. 볼을 일단 띄우면 무조건 해결하더라고요.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정말 특별한 헤더 골이었다. 전북이 올 여름 공들여 영입한 ‘삼바 킬러’ 구스타보(26)가 K리그 데뷔전에서 주특기를 십분 살려 기분 좋은 첫 골을 신고했다. 조금은 빨리(?) 터진 특급 스트라이커의 골에 힘입어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3라운드 FC서울과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17분이었다. 팀이 2-0으로 앞선 시점, 손준호가 쭉 찔러준 패스를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한 이승기가 높이 차 올렸다. 조금은 먼 거리, 심지어 상대 수비가 밀집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을 달라며 이승기에게 손짓하던 구스타보가 껑충 뛰어올라 정확히 타격했다. 그것도 망치질하듯 위에서 아래로 공을 때렸다. 일주일 남짓 함께 손발을 맞춘 팀 훈련에서 동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점프와 긴 체공시간이 빛을 발했다.
당초 전북은 10~15분 정도 투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승부가 빨리 기울자 구스타보에게 계획보다 긴 시간을 부여했다. 실전만한 훈련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구스타보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첫 골이 빨리 터졌다. 모두의 도움이 있어서다. 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 브라질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K리그 타 팀의 브라질 선수들도 당신의 입성을 반신반의했다.
“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새로운 무대에서 내 실력을 검증하고 도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전북이 나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 어떤 부분에서 ‘이 팀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전북은 겨울부터 줄기차게 내게 관심을 보여줬다. 막연한 러브콜이 아니라 적극적 노크였다. 대개 한 번 인연이 닿지 않으면 포기하는데, 겨울 이후 여름에도 접촉해왔다. 전북은 좋은 인연이었다.”
- 전북을 알고 있었나.
“전북이 매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클럽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늘 발전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비전이 있다. 단순히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주변 선수들에게도 물어봤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마음의 결정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팀 합류 후 감상은.
“한국에 입국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지침에 따른) 2주 자가격리를 하며 최근과 과거의 전북을 지켜봤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났다. 팀 전체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첫 번째 아시아 무대 도전이다. 이루고픈 목표는.
“적응이 최우선이다. 사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모두가 살갑게 대해준다. 손발로 소통하며 친해지고 있다. 언어가 좀 어렵긴 한데, 무리 없이 적응하고 있다.”
- 본인만의 무기가 있다면.
“헤딩이다. 전북의 득점력을 향상시키길 희망한다. 아울러 전북이 출전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K리그1과 FA컵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어디서나 항상 헌신하고 열정을 쏟아 붓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