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사이드] 연구와 소통… KT의 BABIP 3푼↓, 올 시즌 마법이 요행 아닌 이유

입력 2020-09-16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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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3푼. 언뜻 작은 듯 느껴지지만 타율 0.270과 0.300 타자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3푼의 차이는 B급 타자를 A급 타자로 바꿀 수 있다. 시즌 전체로 놓고 본다면 타율 3푼을 높이느냐, 피안타율 3푼을 낮추느냐에 따라 팀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올 시즌 KT 위즈는 이 3푼의 마법을 부리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비결은 수비 시프트. 그 이면에는 편견 없는 연구와 소통, 수용이 숨어있다.

‘바빕신’의 외면, 시프트로 극복하다!

KT는 6월까지 21승26패(승률 0.438)로 8위에 그쳤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위시한 타선의 힘은 강력했지만 평균자책점(ERA) 5.54로 9위에 처진 마운드가 문제였다. 그 기간 KT 투수진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352로 리그 최고 3위였다.

BABIP는 홈런이나 삼진을 제외하고 그라운드에 형성된 타구의 타율을 의미한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 비율이 높고 발이 빠른 타자의 경우 BABIP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표본이 많은 팀 차원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KT로선 심우준~박경수 키스톤 콤비를 비롯한 내야수들의 수비범위가 넓은 편임에도 유독 안타허용 비율이 높았기에 변화가 필요했다.

KT가 꺼내든 비책은 수비 시프트였다. 6월까지 KT는 극단적 시프트를 지양했다. 당겨 치는 유형의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도 내야수들은 정위치에서 살짝만 움직였다. 이강철 감독의 주문으로 박승민 투수코치, 박정환, 박기혁 수비코치가 전력분석팀과 데이터팀에 자료를 요청했다. 전력분석팀에서 면밀한 자료를 제공했고, 투수·수비파트 코치진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공유했다.



‘바빕신’의 외면, 시프트로 극복하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이를 행하는 이들의 납득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수 입장에선 시프트를 통해 잡은 타구의 고마움보다 정위치에 있었으면 잡을 수 있었던 타구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KT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박승민 투수코치가 시프트에도 동요하지 말자고 투수들을 독려하고 설득시켰다. 그리고 박정환 수비코치가 제시한 시프트의 초반 결과가 좋자 선수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해 보이는 시프트가 바꾼 부분은 상당히 많다. 7월부터 9월 14일까지 KT 투수진의 BABIP는 0.326으로 리그 최저 1위다. 짧은 기간 3푼 가량 줄었다.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보다는 아웃으로 잡히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은 곧 마운드가 탄탄해짐을 의미한다. 실제로 같은 기간 KT의 ERA는 4.05로 리그 1위다. 리그 9위의 마운드가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감독은 “그 사이 투수들의 구속이 올랐다거나 새 변화구를 장착한 건 거의 없다. 결국 수비에서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90이닝 이상 기준으로 땅볼/뜬공 비율 톱5에는 소형준(1.88·2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55·4위)가 올라있다. 땅볼 유도형 투수가 많은 팀에 시프트라는 날개가 달린 셈이다.

편견 없는 소통과 적극성, KT의 진짜 마법
편견 없는 수용도 한몫했다. 리그에서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팀도 김재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이상 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나성범(NC 다이노스) 등 강타자들에게 주로 작전을 낸다. 하지만 KT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타자라도 타구의 비율에 따라 야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동한다. 전력분석팀의 적극적인 자료 제공이 출발점이다. 여기에 야구를 숫자로 다루는 세이버메트릭스에 정통한 박승민 투수코치부터 매일 밤 숙소에서 영상과 기록을 살피며 분석하는 박정환, 박기혁 수비코치의 적극적 연구가 있었기에 이런 과감한 전략도 수용할 수 있었다.

연구와 소통, 그리고 수용과 납득. 작은 변화에는 꽤나 복잡한 과정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과정만큼이나 결과도 극적으로 변했다. KT의 올 시즌 도약이 단순한 요행이 아닌 이유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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