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여자부도 첫 사례는 2014년 6월 30일자로 공시된 이숙자, 양유나(이상 GS칼텍스)를 시작으로 박슬기(현대건설), 차희선(도로공사), 김민주(IBK기업은행) 등 5명이었다. 가장 최근은 새 시즌 선수단 구성과정에서 빠진 최수빈, 백목화, 김현지, 변지수(이상 IBK기업은행), 정선아, 강지민(도로공사) 등 6명이다. 이 중 백목화는 결혼을 앞두고 유니폼을 벗었다. 정선아는 스스로 배구를 포기했다. 재능을 안타까워한 구단이 몇 차례 면담을 통해 만류했지만 “배구공을 잡으면 손이 떨린다”며 그만뒀다. 일종의 입스 증세다. 정선아는 배구를 떠나 행복한 새 인생을 개척할 수도, 시간이 흘러 코트로 돌아올 수도 있다.
● 왜 여자선수들의 임의탈퇴가 많을까?
1998년생 정선아의 사례처럼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팀에 입단하는 여자선수들은 몇 년간 배구를 포기하더라도 그 뒤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구단들은 이를 막으려고 남자보다 임의탈퇴를 더 자주 사용한다. 반면 남자는 군 입대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는 데다, 몇 년을 쉰 뒤 다시 프로팀에서 활동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2015년 은퇴한 뒤 현역으로 복귀한 한국전력 안요한은 정말 예외적 사례다.황당한 것은 배구를 잘했던 몇몇 여자선수의 사례다. 구단이 은퇴식까지 해준 이숙자 KBSN스포츠 해설위원, IBK기업은행 사회공헌부 스포츠단 직원으로 일하는 남지연 과장 모두 임의탈퇴선수다. 팀별로는 IBK기업은행(9명)~도로공사·GS칼텍스(이상 8명)~흥국생명(6명)~KGC인삼공사(4명)~현대건설(2명)의 순이다.
선수와 구단은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다. 계약기간 중에는 서로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구단은 계약서에 명시된 월급과 훈련 및 경기에 필요한 시설, 인원을 제공하는 대신 선수에게는 열심히 훈련해 경기 때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 때 서로가 기대했던 최선의 행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분쟁이 생기고,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임의탈퇴를 동원한다. 리그 운영을 위해선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최근 이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V리그의 임의탈퇴제도가 선수에게만 아주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 모든 제도의 기본은 균형과 양보의 정신
V리그에선 임의탈퇴 공시 뒤 한 달 이후에는 원 소속팀에 복귀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는 이 기간이 1년이다. 선수가 마음대로 팀을 옮기려고 하면 리그가 성립될 수 없기에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다만 최근에는 구단들에 의해 선수에게 족쇄를 채우는 방법으로 제도가 변질되긴 했다.처음 임의탈퇴제도를 만들었을 때의 정신은 ‘임의탈퇴선수=해당 구단 소속 선수’였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가뜩이나 적은 선수단 엔트리에서 임의탈퇴선수가 나오면서 신인선발이 어려워졌다. 해마다 적정 인원을 프로팀에서 뽑아주지 않으면 아마추어배구가 고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결국 2014년부터 지금의 방식대로 임의탈퇴선수를 팀의 엔트리에서 제외했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좋은 취지와 어긋나게 선수들의 발목을 잡게 됐다. 이참에 다시 한 번 긍정적 개선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선수와 구단의 균형과 양보 정신이다. 구단이 욕심을 부리면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망가진다. 이를 막으려면 선수들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공부하고 투쟁해야 한다. 몰라서 억울한 경우를 당해도 도와줄 사람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