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인터뷰] 이대호, “기죽은 롯데 팬께 죄송해…다시 ‘부산하면 롯데’로”

입력 2021-02-08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직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롯데 이대호는 2021시즌을 앞두고 2년 최대 26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평생 롯데맨을 선언했다. 이 기간 팀의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로 ‘우승 옵션’까지 계약에 포함시켰다. 그는 “부산하면 롯데라는 이미지를 다시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동아DB

1982년에 태어나 KBO리그와 동갑. 고향이 부산인 탓에 꼬마 때부터 선택권 없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했다.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했고, 생애 첫 우승도 1993년 롯데기에서 해냈다. 이대호(39)와 롯데는 운명이었다. 예고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선수로서 마지막 우승을 롯데에서 이루는, 완벽한 수미상관을 그리고 있다. 선수 이전에 롯데 팬으로서 기죽은 팬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대호는 지금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이대호가 던진 화두, 거인의 욕심을 깨우다

약 15분간 진행된 인터뷰. 이대호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수십 번 되¤다. 스프링캠프에선 10개 구단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을 노래하지만 이대호에게는 유독 남다른 각오다. 지난시즌 종료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2년 최대 2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어떤 성적을 내든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유니폼을 벗겠다는 각오다. 아직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맛보지 못했으니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계약에 스스로 ‘우승 옵션’을 포함시킨 이유다.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21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속에 롯데 이대호가 훈련을 펼치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선수가 먼저 우승 옵션을 제안하는 건 미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이대호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손아섭도 “(이)대호 형이 그렇게 말해주면서 목표가 더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이제 롯데도 우승할 때 됐다. 대호 형이 좋은 타이밍에 선수단에 메시지를 줬다. 아마 더 독하게 팀을 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호가 제시한 우승 옵션이 선수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증거다. 이대호는 “올해는 함께 고생한 (송)승준이 형의 마지막 시즌이다. 정말 고생 많이 한 선배이자 형과 함께 마무리를 행복하게 짓고 싶다”고 각오했다.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입단 후 2군에만 머물 때도 사직구장 관중석을 숱하게 찾으며 응원했던 ‘롯빠’. 이대호는 “1993년 수영초 시절 롯데기에서 우승했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구장을 정말 뻔질나게 찾았다. 매표소 앞에서 2~3시간 기다리며 티켓을 산 것도 여러 번이다. 포스트시즌(PS)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내 바로 앞 5명을 남겨두고 매진된 탓에 발걸음을 돌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21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속에 롯데 김건국과 이대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시 한번 부산하면 롯데”

성공도 실패도 롯데와 함께였다. 애증의 대상처럼 느낄 법도 하지만 결국은 행복한 기억뿐이다. 이대호는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정도 선수가 될 줄 몰랐다. 투수로 입단했고 타자 전향 직후엔 성적도 나빴다”면서도 “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년뿐이다. 어릴 때 꿈이었던 우승을 해보고 물러나야 한다”며 “부산에서 태어나 야구로 평생을 보낸 사람이 바라는 게 뭐가 있겠나. 우승은 내 마지막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뛴 2년(2014~2015년)간 재팬시리즈 우승컵도 들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소프트뱅크에서 우승한 뒤 맥주 파티를 하는데 ‘롯데에서 우승했다면 후배들과 함께 정말 많이 울었을 텐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산 사람들 모이면 야구 얘기밖에 안 한다. 지금 부산 팬들은 야구 얘기가 나올 때 조용하실 것이다.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일해도 롯데가 이기면 다음날 기분이 좋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다. 지금은 기죽어있을 롯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선수로서 타 팀의 한국시리즈를 지켜만 보는 건 너무도 부끄럽다. 올해는 꼭 마지막까지 야구하고 싶다. 그렇게 ‘부산하면 롯데’라는 이미지를 다시 만들고 싶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