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롯데 이대호는 2021시즌을 앞두고 2년 최대 26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평생 롯데맨을 선언했다. 이 기간 팀의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로 ‘우승 옵션’까지 계약에 포함시켰다. 그는 “부산하면 롯데라는
이미지를 다시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동아DB
이대호가 던진 화두, 거인의 욕심을 깨우다
약 15분간 진행된 인터뷰. 이대호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수십 번 되¤다. 스프링캠프에선 10개 구단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을 노래하지만 이대호에게는 유독 남다른 각오다. 지난시즌 종료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2년 최대 2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어떤 성적을 내든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유니폼을 벗겠다는 각오다. 아직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맛보지 못했으니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계약에 스스로 ‘우승 옵션’을 포함시킨 이유다.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21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속에 롯데 이대호가 훈련을 펼치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선수가 먼저 우승 옵션을 제안하는 건 미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이대호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손아섭도 “(이)대호 형이 그렇게 말해주면서 목표가 더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이제 롯데도 우승할 때 됐다. 대호 형이 좋은 타이밍에 선수단에 메시지를 줬다. 아마 더 독하게 팀을 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호가 제시한 우승 옵션이 선수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증거다. 이대호는 “올해는 함께 고생한 (송)승준이 형의 마지막 시즌이다. 정말 고생 많이 한 선배이자 형과 함께 마무리를 행복하게 짓고 싶다”고 각오했다.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입단 후 2군에만 머물 때도 사직구장 관중석을 숱하게 찾으며 응원했던 ‘롯빠’. 이대호는 “1993년 수영초 시절 롯데기에서 우승했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구장을 정말 뻔질나게 찾았다. 매표소 앞에서 2~3시간 기다리며 티켓을 산 것도 여러 번이다. 포스트시즌(PS)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내 바로 앞 5명을 남겨두고 매진된 탓에 발걸음을 돌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21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속에 롯데 김건국과 이대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시 한번 부산하면 롯데”
성공도 실패도 롯데와 함께였다. 애증의 대상처럼 느낄 법도 하지만 결국은 행복한 기억뿐이다. 이대호는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정도 선수가 될 줄 몰랐다. 투수로 입단했고 타자 전향 직후엔 성적도 나빴다”면서도 “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년뿐이다. 어릴 때 꿈이었던 우승을 해보고 물러나야 한다”며 “부산에서 태어나 야구로 평생을 보낸 사람이 바라는 게 뭐가 있겠나. 우승은 내 마지막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뛴 2년(2014~2015년)간 재팬시리즈 우승컵도 들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소프트뱅크에서 우승한 뒤 맥주 파티를 하는데 ‘롯데에서 우승했다면 후배들과 함께 정말 많이 울었을 텐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산 사람들 모이면 야구 얘기밖에 안 한다. 지금 부산 팬들은 야구 얘기가 나올 때 조용하실 것이다.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일해도 롯데가 이기면 다음날 기분이 좋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다. 지금은 기죽어있을 롯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선수로서 타 팀의 한국시리즈를 지켜만 보는 건 너무도 부끄럽다. 올해는 꼭 마지막까지 야구하고 싶다. 그렇게 ‘부산하면 롯데’라는 이미지를 다시 만들고 싶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