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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버틴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잖아. 6주 전부터 금이 가 있는 발을 만지며 하루도 빠짐없이(중략) 올림픽까지 버텨줘. 이 말이었는데’라는 문장이 화근이 됐다. 몸도 아팠지만, 팀에 부상을 숨겨 큰 해를 끼칠 뻔한 ‘나쁜 선수’로 보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충분히 한국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상을 감추고 뛰고 싶을 만큼 올림픽은 절실했다. 수년을 준비했던, 평생을 건 대회를 한순간에 포기해야 한다면 그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한국영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이 한국축구에는 참 많았던 것 같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메이저대회가 다가오면 부상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결과도 대개 비슷했다. 대부분 출전의 꿈을 접었다. 2006독일월드컵 직전 이동국(43·은퇴)이 무릎십자인대 파열로 대표팀에서 낙마했고,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는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가 발목을 다쳤다.
부상이 특히 기승을 부린 대회는 신태용 감독(현 인도네시아)이 지휘한 2018러시아월드컵이었다. 안타깝게도 김진수가 무릎인대 파열로 또 다시 월드컵을 포기했고, 중앙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는 정강이뼈에 실금이 났다. 또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28·김천 상무)은 아킬레스건 파열,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39·수원 삼성)은 갈비뼈 골절상을 당했다. ‘신태용호’는 만신창이로 결전에 임했다.
4년이 흘렀다. 2022카타르월드컵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초의 중동대회이자 겨울월드컵이다.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에 속한 이들은 긴 시즌을 마친 뒤, 유럽·중동리거들은 2022~2023시즌 전반기를 끝내고 월드컵에 임한다.
예방과 관리가 핵심이다. 부상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지금은 더 잘하기보다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동업자정신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대회만큼은 누군가의 ‘부상 낙마’ 소식을 먼저 전할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