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원정.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이 이처럼 부진했던 것은 주전 세터 이원정(23)의 결장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김다솔과 박은서가 번갈아 사령관 역할을 했지만, 그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상대 주전 세터가 빠지면서 쉽게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흥국생명은 그동안 세터 문제로 고민이 깊었다. 주전을 예약했던 프로 3년차 박혜진이 개막을 앞두고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되면서 일이 꼬였다. 자연스럽게 프로 8년차 김다솔이 주로 선발로 나섰다.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현대건설과 선두 경쟁에서 줄곧 밀린 이유 중 하나다.
김다솔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급선무였다. 지난해 12월 말 2023~2024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GS칼텍스에 내주고 영입된 세터가 이원정이다. GS칼텍스에서 안혜진과 김지원에 가려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에게도 기회였다.
흥국생명 이원정 김다솔(왼쪽)·박은서. 스포츠동아DB
그는 적응이 빨랐다. 공격수들과 호흡도 좋았다. 5라운드 첫 경기인 KGC인삼공사전부터 선발 출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원정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6승2패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탄 흥국생명은 기어코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안정된 토스와 감각적인 블로킹에 칭찬이 쏟아졌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세터 고민도 지웠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주전 세터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현재 이원정은 가벼운 웨이트트레이닝만 소화하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를 뛰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급하다고 부상 선수를 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MRI 상으로는 크게 이상 없다. 11일 경기(KGC인삼공사전) 출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 흥국생명은 승점 73(24승9패)으로 2위 현대건설(승점 69 24승9패)에 4점 앞서 있다. 3경기를 남겨둔 상황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세터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