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배지환은 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방문 경기에 8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해 0-1로 뒤진 2회 초 첫 타석에서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렸다. 피츠버그가 4-1로 승리하면서 배지환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사 1루에서 왼쪽 타석에 들어선 배지환은 보스턴 우완 선발 투수 닉 피베타의 바깥쪽 시속 94.8마일(152.5㎞)짜리 속구를 밀어 쳐 ‘그린 몬스터’로 불리는 높이 11.3m의 좌익수 뒤쪽 담장을 넘겼다. 이로써 배지환은 빅리그 출전 14경기 만에 첫 대포를 쏘아 올렸다. 홈런 타구는 관중석을 맞고 다시 운동장으로 되돌아왔다.
타구 빠르기(출구 속력)는 시속 164㎞, 홈런 비거리는 109m, 발사각 26도로 측정됐다.
배지환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14번째로 홈런을 기록한 선수다. 그에 앞서 추신수, 강정호, 최희섭, 최지만, 김하성,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박효준, 박찬호, 류현진, 백차승, 황재균이 손맛을 봤다.
배지환은 이번 시즌 첫 타점도 올렸다.
이날 4타수 1안타(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배지환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14(3/14), 3득점, 2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67이 됐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배지환은 8회 2루수에서 중견수로 자리를 옮긴 뒤 라파엘 데버스의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오른손으로 담장을 짚으며 뛰어올라 걷어내는 호수비로 ‘유틸리티맨’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MLB.COM에 따르면 배지환은 “그린 몬스터는 거대한 벽이다. 그 벽 가까이 왔다는 걸 알았지만 본능에 맡겨야 했고, 결국 잡았냈다”며 웃었다. 그는 홈런과 호수비 중 어느 게 더 좋았으냐는 질문에 “홈런”이라며 “그리 많은 홈런을 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MLB.COM은 홈런 공이 경기가 끝난 후 그의 라커에 자랑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면서, 배지환은 한국의 가족에게 그 공을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공격, 수비, 주루에서 그가 한 플레이와 후반에 한 캐치는 정말 대단했다”며 “전반적으로 정말 멋진 경기였다”고 배지환을 칭찬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2019년 마이너리그 싱글A, 2021년 더블A를 거쳐 2022년 트리플A에 진출했다.
그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419타수 121안타), 8홈런, 53타점의 좋은 성적을 거뒀고, 내·외야를 오가는 수비 능력 덕에 그 해 빅리그로 승격됐다.
지난해 9월 24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1994년 박찬호 이래 역대 26번째 한국인 빅리거가 됐다. 2022년 빅리그 성적은 10경기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였다.
올해 생애 첫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개막전 선발 출전을 이룬 배지환은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향한 목표를 향해 상쾌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