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스 이가노 선수 인스타그램 캡처.
필리핀 권투선수 케니스 이가노는 2019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의 패배만 기록한 떠오르는 신예였다. 그는 지난 토요일(6일) 경기를 마치고 쓰러졌다. 그리고 며칠 뒤 사망했다. 22세, 꽃다운 나이였다.
필리핀 게임·오락 위원회(GAB)는 10일 소셜 미디어 성명을 통해 “(GAB 전체가 프로 복서 케니스 이가노의 사망을 추모한다”며 “고인의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12일 TMZ, AOL, 데일리 메일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가노(7승(3KO) 1패)는 6일 필리핀의 한 체육관에서 제이슨 파쿨린(4승1패)과 8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이는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가 주도하는 주간 TV 복싱 쇼 ‘블로우 바이 블로우’의 일환이었다.
두 선수의 시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검은색 반바지의 이가노와 빨간색 트렁크를 입은 파쿨린은 마지막 라운드 종료 벨이 울리자 서로 포옹하며 격려를 한다.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 이가노는 심판의 판정 결과를 기다리다 갑자기 링 바닥에 쓰러진다. 코칭스태프의 도움으로 의자에 앉은 그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
채점 결과가 발표되기 전 그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원인은 뇌출혈. 그기 떠난 후 채점 결과가 발표됐다. 이가노의 판정승. 심판은 선수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을 들어 승리를 선언하는 부재중 판정승을 선언했다.
필리핀 뉴스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파퀴아오(44)는 이가노의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선수의 부모가 병원에 올 수 있도록 항공료도 지불했다. 현재 필리핀 상원의원인 파퀴아오는 이가노의 소식을 접한 후 “인간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복싱은 정말 위험한 스포츠이며 복싱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하는 만큼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며서 “여러분이 다른 스포츠는 할 수 있지만 복싱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이가 그가 깨어나길 바랐으나, 수요일 그가 세상과 이별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가노와 겨룬 파쿨린은 10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최선을 다해 싸울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예상 못 했다”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런 비극이 빚어져 유감이다. 좋은 곳에 계시길 바랍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세계복싱협회(WBA)도 웹사이트에서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WBA는 11일 “지난 며칠간의 불확실성은 그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소식으로 끝났다”라며 유가족과 필리핀 복싱계에 애도를 표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