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이 더헤븐 마스터즈 초대 챔피언에 올라 2승 고지에 오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안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앞 조의 황유민이 18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 합계 15언더파로 먼저 정규라운드를 마쳤을 때 나란히 15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챔피언조 배소현과 서어진은 15번(파3) 홀 그린에 있었다. 잔여 홀 결과에 따라 챔피언 트로피 주인공이 갈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둘은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8번 홀에서 배소현은 1.8m, 서어진은 5m 버디 퍼트를 놓쳤고 결국 세 명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파에 그친 황유민이 탈락했고, 2차 연장에선 배소현과 서어진 모두 버디를 적어냈다. 결국 홀 위치를 바꿔 같은 홀에서 계속된 3차 연장에서야 희비가 갈렸다. 투온 시도를 하다 세컨 샷이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던 배소현은 세 번째 샷을 홀컵 70cm 옆에 세워 버디를 낚아 파를 적어낸 서어진을 따돌리고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늦게 펴 더 아름다운 꽃’ 배소현이 시즌 2승에 입맞춤했다.
배소현은 18일 경기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 웨스트‧사우스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총상금 10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4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서어진 황유민과 동타를 이룬 뒤 3차 연장 끝에 신설대회 초대 챔피언 영광을 안으며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을 쟁취했다. 1993년 6월생으로 서른 살이 넘은 지난 5월 자신의 투어 154번째 대회에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던 배소현은 첫 승 이후 8번째 대회에서 2승을 챙기며 박지영(2승), 이예원, 박현경(이상 3승)에 이어 4번째로 시즌 다승 고지에 올랐다.
첫날 1언더파 공동 74위에 그친 뒤 2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인 10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1위로 우뚝 섰던 배소현은 “1라운드가 끝난 뒤 컷 통과를 걱정했는데 연장까지 가 우승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 정규투어 첫 연장전이었지만 자신있게 치려고 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1승을 더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2승을 하게될 줄 몰랐다”고 털어놓은 그는 “나는 주니어 시절부터 잘한 선수가 아니라 프로에 와서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팬들께서 나 같은 선수를 지켜보시는 재미도 느끼셨으면 좋겠다”면서 “2승을 했으니 이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소현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이승하 캐디(왼쪽), 이시우 코치(오른쪽)와 함께 더헤븐 리조트 인피니티 풀에 빠져드는 ‘입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안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투어 3년 차 서어진은 비록 첫 우승에 실패했지만 숨 막히는 연장 승부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인상적 활약으로 개인 최고 성적을 수확했고, 시즌 2승에 도전했던 황유민도 연장에서 물러났지만 공동 2위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세 명에 이어 김민선7이 합계 14언더파로 4위에 올랐고, 윤이나가 박지영 장수연 등과 함께 12언더파 공동 5위 그룹을 형성했다. 올 시즌 나란히 3승씩을 기록하고 있는 박현경과 이예원은 각각 10언더파 공동 19위, 6언더파 공동 42위로 대회를 마쳤다.
안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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