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등권에서 경쟁했던 수원FC는 김은중 감독이 부임한 올해 중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수원FC는 힘든 여정을 보냈다. K리그1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치렀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를 간신히 꺾고 잔류에 성공했지만, 매 순간 위태로웠다. 여기에 더해 38경기에서 76골을 허용하며 K리그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실점의 불명예도 떠안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도균 감독(현 서울 이랜드) 대신 김은중 감독(45)이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선수 시절 2000년대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4강을 달성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수원FC에서 처음 프로팀을 지휘하는 그에게 큰 우려가 쏟아졌다. 베테랑 감독도 쩔쩔매기 일쑤인 K리그에서 젊은 지도자가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 개막 이전 겨울이적시장에서 수원FC의 선수단 보강작업도 순탄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올 시즌 수원FC는 순항하고 있다. 현재 13승5무9패, 승점 44로 5위다.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4위도 가시권이다. 승점 동률인 4위 포항 스틸러스(12승8무7패·승점 44)에 다득점에서 밀렸을 뿐이다.
강팀에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함도 생겼다. 수원FC는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중국에서 10개월 구금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손준호의 선제골과 안데르손(브라질)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은 수원FC는 높은 수비 집중력으로 끝까지 리드를 지켜 적지에서 승점 3을 챙겼다.
확 바뀐 수원FC의 중심에 김 감독의 냉철한 분석이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과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 시즌 수원FC의 경기를 보니, 골을 내주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실점한 장면이 많았다”며 “수비진의 안정을 이루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수비진 강화에 힘쓴 수원FC는 올 시즌 27경기에서 36실점으로 지난해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도중 여러 변수에도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 또한 김 감독의 장점이다. 팀 내 최다득점자 이승우가 여름이적시장 동안 전북 현대로 떠났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이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뛰면 안 된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선수단을 한데 묶고 있다. K리그 첫 도전에서 성공기를 쓰고 있는 김 감독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