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무리투수 김택연.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의 선발투수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올 시즌 개막 이전에는 팀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자리에서 계속 구멍이 생기는 까닭에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곽빈(25)이 유일하다. 휴식 차원의 한 차례 엔트리 말소(6월 18~27일)를 제외하면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25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ERA) 4.17의 성적에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공은 엄청나다.
그러나 곽빈을 제외하면 무려 15명을 선발투수로 내세웠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외국인투수들이 어느 정도만 버텼어도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에이스로 여겼던 라울 알칸타라는 12경기에서 2승2패, ERA 4.76의 성적만 남긴 채 부상과 부진으로 방출됐다. 브랜든 와델은 14경기에서 7승4패, ERA 3.12로 안정적 성적을 거뒀지만, 어깨 부상으로 6월 24일 이후 개점휴업 중이다.
새 외국인투수 조던 발라조빅(7경기 2승4패·ERA 3.08)은 나름 연착륙한 듯하지만, 1선발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브랜든의 단기 대체 외국인투수로 계약한 시라카와 케이쇼마저 팔꿈치 인대가 좋지 않다는 소견에 따라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발라조빅과 곽빈의 뒤를 받치고 있는 최원준(21경기 5승6패·ERA 6.54)과 최승용(2경기 ERA 15.75)도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현시점에선 버텨만 줘도 고마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 선발로 시작해 15경기에서 3승6패, ERA 4.90을 기록한 최준호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것 또한 뼈아프다.
결국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불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7일 기준 두산의 팀 불펜 ERA는 1위(4.56)다. 선발투수 ERA(5.11・7위)와 비교해 월등히 낫다. 7회까지 앞선 61경기에서 3패(57승1무·승률 0.950)만 당한 것도 강력한 불펜의 힘이다. 셋업맨 최지강, 마무리투수 김택연에게 리드 상황을 연결하기만 하면 그만큼 승리 확률은 올라간다.
관건은 불펜의 체력 관리다. 두산은 올 시즌 125경기 중 66경기가 3점차 이내 승부였고, 특히 8월 들어 불펜의 평균 소화이닝은 4이닝에 달했다. 선발진의 붕괴가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이 김택연은 8월 9경기 중 5차례나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책임졌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체력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불펜의 비중이 큰 두산으로선 경기 상황과 투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일단 정규시즌 일정에 맞춰 계투진 활용 계획은 다 짜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