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울산-포항전이 열린 울산문수경기장 잔디는 고르지 못했고, 곳곳이 파인 자국투성이였다. 사진 캡처|쿠팡플레이 중계 화면
올 시즌 K리그1은 전례 없는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6월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8월까지 181만1939명을 기록했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인 지난해의 244만7147명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축제의 무대가 되어야 할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초라하다. 7월 장마와 8월 폭염으로 잔디는 엉망진창이 됐다. 고여있는 물과 뜨거운 지열로 푸른 잔디는 썩었고, 뿌리가 뽑힌 곳곳에 움푹 파인 부분이 드러났다.
불량한 상태의 잔디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엄청난 지장을 주고, 심지어 부상 위험까지 높인다. 8월 3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 HD가 포항 스틸러스를 5-4로 따돌린 ‘역대급’ 골 잔치에서도 처참한 잔디 상태는 옥에 티였다.
매 시즌 제기되는 잔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름 날씨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J리그 운영 정관에 ‘시설’을 리그 발전을 위한 5가지 요소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세부 항목으로 경기장과 훈련장의 잔디 관리 지침서를 만들었다. 계절에 따라 유럽 잔디와 아시아 잔디를 번갈아 사용해 들쭉날쭉한 1년 기후에 대응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반면 K리그에선 잔디 관리를 요구하는 지침을 찾아볼 수 없다. K리그 운영 정관의 ‘제2조 경기장’에는 “경기장 시설 기준을 충족하려면 설치 및 유지 관리 계획서가 필요하다”는 문구만 존재할 뿐, 구체적 통과 기준과 사후 관리 계획 등은 없다.
궁극적으로 잔디 관리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K리그1 한 시민구단의 잔디 담당자는 “잔디 생육은 엄청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전문가가 많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K리그 구단은 잔디 관리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데, 이마저도 시장이 크지 않다. K리그1, 2를 통틀어 가장 많은 12개 경기장의 잔디를 담당하는 A업체조차 15명의 인원으로 운영될 만큼 영세하다. 산업의 경쟁력과 환경 대처의 기민함은 해당 시장의 규모와 비례한다. K리그도 잔디를 비롯한 시설 관리를 더 이상 두루뭉술하게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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