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창호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의 명인전 8강전 대국에서 3패빅 모양이 좌상귀에서 나와 무승부가 선언됐다. 사진제공 | K바둑
“둘 때는 잘 몰랐다. 계속 두다 보니까 나중에는 비슷한 모양인 것 같았다(이창호 9단)”.
‘무승부가 없는 스포츠’로 알려진 바둑이지만 무승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둑에서의 무승부는 패와 관련돼, 착수가 끝없이 반복되는 모양이 발생할 때 선언된다. 11일 신진서 9단과 이창호 9단의 대국에서 나온 ‘3패’는 ‘장생’과 함께 바둑에서 무승부로 간주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3패는 쌍방이 양보할 수 없는 동형반복의 순환패 모양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7기 SG배 명인전 8강전에서 신진서와 이창호가 만났다. 두 사람의 대결은 현 세계바둑의 제왕과 바둑사의 전설 간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신진서가 유리하게 앞서가던 중 207수 만에 좌상귀에서 3패가 발생했다. 규정에 따라 두 사람은 각자 남은 시간을 사용해 재대국에 들어갔고, 신진서가 103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패빅 무승부 대국이 무려 4시간 19분이나 걸린 것에 비해 재대국은 불과 55분 만에 승패가 가려졌다.
평생 한 번도 나오기 힘든 바둑에서의 무승부지만 신진서는 이미 한 차례 무승부 경험이 있다. 2015년 9월 바둑리그 16라운드에서 강유택과 대국하던 중 3패빅이 나왔다. 당시 ‘바둑리그 12년 사상 초유의 3패빅 무승부’로 화제가 됐다. 이창호는 지금까지 2691판의 공식대국을 뒀지만 무승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