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KFA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KFA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소환됐다. 주요 증인으로 출석한 홍 감독과 정몽규 KFA 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등은 10시간 가까이 문체위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타를 받느라 진땀을 쏟았다.
그런데 의혹이 제기된 사안은 감독 선임건만이 아니었다. 뉴미디어 중계권 문제가 등장했다. 홍 감독이 KFA 전무이사로 활동한 당시 축구 콘텐츠 업체 A가 KFA로부터 뉴미디어 중계권을 싸게 따낸 뒤 현재 계약사인 B업체에 큰 차익을 남겨 재판매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A 업체와 홍 감독의 친분을 주목해 의혹을 제기했으나, 홍 감독은 “KFA와 B업체 계약이 이뤄진 것은 내가 떠난 이후의 일이다. 계약 관계를 모른다”며 부인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 선임과 경질로 인한 재정 문제도 언급됐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의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 29억 원, 계약해지금 70억 원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100억 원은 상당히 오해가 있는 금액”이라며 “KFA 재정에도 문제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전혀 내놓지 못해 빈축을 샀다.
여기에 정 회장이 KFA를 사유화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충남 천안 일원에 조성 중인 축구종합센터 건설 과정에서 네덜란드의 한 건축회사가 제출한 디자인을 공개하며 “수주받은 디자인을 보면 건물 이름이 ‘HDC아레나’라고 돼있다”라며 정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KFA의 유착 관계를 지적했다. 정 회장은 “가칭일 뿐이다. 앞으로 네이밍 라이츠(명명권)을 팔 계획이다. 어떤 이득도 없었다”며 일축했다.
이렇듯 현안질의 내내 정 회장의 대답은 엉성했다. 만약 특정 사안에 오해가 있다면 이를 정정하고 반박할 근거를 제시해야 하나, 불리할 땐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의문점들을 조금도 털어내지 못했다. 이밖에도 KFA는 ‘포스트 클린스만’ 선임 과정을 설명한 자료에서 ‘면담’과 ‘면접’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켰다. 자신들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해명하고 소명할 소중한 마지막 기회마저 허비한 KFA는 ‘무능한 조직’이란 꼬리표를 끝내 떼어내지 못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