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김경민(왼쪽)은 2022년 광주 입단 후 울산 조현우와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거듭났다.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팀이 지난해의 희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 수문장 김경민(33)은 인고의 시간을 지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팀의 K리그1 잔류 경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경민의 경력은 광주 입단 전과 후로 나뉜다. 과거 연령별 대표팀 시절 1991년생 동갑내기 조현우(울산 HD), 노동건(수원FC), 양한빈(세레소 오사카) 등과 함께 전도유망한 골키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4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 줄곧 벤치를 달구기만 했다. 그는 “2019년 상근예비역 입대 전까지 프로 5시즌 동안 35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리를 보장받은 적이 없는 평범한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2022년 광주 이적이 전환점이었다. 당시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지도하에 K리그2 우승을 차지했다. 1시즌 만에 K리그1에 복귀해서는(2023년) K리그1 3위에 오르며 창단 첫 ACLE 티켓까지 따내는 등 사상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해도 K리그1 8위로 잔류 경쟁에서 앞서있고, ACLE 리그 스테이지에서도 요코하마 마리노스(7-3 승)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이상 일본·1-0 승)를 잇달아 격파했다.
그 과정에서 김경민의 존재가 빛났다. 김경민은 지난 3시즌 동안 91경기(92실점)에 나서 광주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2022년 K리그2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K리그1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후보로 선정돼 조현우와 끝까지 수상을 다퉜다. 스스로도 “광주 이적 후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이 감독님을 만난 덕분에 더욱 성장했다”고 말한다.
뛰어난 수치가 김경민의 활약을 잘 보여준다. 축구통계전문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김경민은 K리그1에서 지난 2년간 20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18명 중 평점(6.84), 패스 성공률(79.0%), 선방률(72.0%) 모두 2위다. 조현우(6.96·79.0%·72.3%·이상 1위) 못지않은 활약이다. 2014년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김경민과 조현우를 지도했던 이운재 전 코치는 “(김)경민이가 늦게 빛을 봤지만, 재능과 경기력은 (조)현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칭찬했다.
김경민은 “현우를 비롯한 동기들을 볼 때마다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K리그 대표 수문장으로서 자부심은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보다 실점이 급증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좋은 팀이다. 구단 구성원과 팬들 모두 지난해의 희열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