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를 이끈 전설적 공격수 박철우와 명세터 김광국이 26일 수원체육관에서 합동 은퇴식을 치렀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후배들보다 저희가 잘해야죠.”
최근 남자배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복귀가 무산되고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노메달’에 그치자, 남자부 미디어데이 도중 “왜 V리그를 봐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남자배구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제경쟁력을 뽐낸 바 있기에 ‘요즘 선수는 정신력이 부족하다’거나 ‘기량이 예전 선수만 못하다’는 일부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비난마저 잇따른다.
26일 수원체육관에서 합동으로 은퇴식을 치른 박철우(39)와 김광국(37)에게 ‘한국배구를 이끌 모든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배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자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철우는 “후배들보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며 “앞으로 많은 후배를 양성하고, 배구 행정에 기여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자신보다 선수를 위해 협력하는 배구인이 돼야만 한국배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남자부 통산 득점 1위(6623점) 박철우는 실력으로 최고에 오른 선수다. 그런데 실력 이상으로 리더십과 한국배구를 위하는 마음에 더 좋은 평가가 뒤따른다. 이 때문에 향후 배구계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박)철우는 개인적이지 않고 항상 팀을 먼저 생각했다”며 “사실 나는 철우를 실력 외적으로 더 좋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또한 “박(철우) 위원을 잘 몰랐지만, 주위로부터 들으니 정말 리더다운 리더라고 하더라”며 “많은 후배가 따르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통산 세트 성공 8342개(7위)에 빛나는 명세터 김광국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배구클럽을 운영 중인 그는 지도자로서 느끼는 것 또한 많다. 아들 도율 군이 배구를 배우고 있기에 한국배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배구를 보고 (유소년선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많다. 한국배구에 곧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좋은 재목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체벌이 존재했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남은 것은 우리가 더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